파산

by 날개

배달 음식을 시킬 때면, 음식보다 플라스틱 용기, 비닐 등 포장재가 더 많은 날이 많다.


한 끼를 때우고 테이블에 남은 것은 분해에 수백 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 폐기물들.


잠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의 쓰임은 잠시,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단지 한 끼를 위해, 저 많은 흔적을 남겨야 할까.


한 사람이 평생 얼마나 많은 폐기물을 남기게 될까.


분리수거 통에 쌓이는 플라스틱들, 동네 수거 차량은 어디론가 데려가서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


폐기물은 처리된다. 일부는 재활용된다고는 하지만, 많은 플라스틱은 소각되고 매립된다.


수십억 명이 수십 년 백수십 년 쓰고 버린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들은 어디에 층층이 묻혀있을까.


도시는 이를 숨긴다.


도로 위에는 차가 붐빈다. 어디 가도 차가 너무 많다.


차 한 대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열기와 매연이 나온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퇴근 시간 교차로를 뒤덮는다.


차로 변 가로수 나뭇잎을 미세먼지와 매연 입자가 회색빛으로 덮었다.


정체 구간, 수많은 차에서 나온 배기가스로 숨이 막혀 차 창문을 열 수 없다.


도시는 회색 띠구름에 포위되었다.


나무가 빼곡한 낮은 구릉이었던 곳에, 솟구친 아파트가 옹벽에 둘러싸인 채 촘촘히 들어섰다.


동끼리 서로 가려 종일 볕이 잘 들지 않을 것 같다.


15층 구축아파트는 이제 왜소한 미니어처다.


창문이 장난감처럼 작아 보인다.


도시는 생태적 부채(ecological debt) 초과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정말 몰라서 묻는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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