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알고리즘

절차적 지침인 알고리즘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는 산업경쟁규제

by 날개

DNA에 담긴 '유전 정보'(genetic information)는 일반 정보와는 다르다. 정보 자체에 특정 의미가 담겨 있어서,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다. 플로리디 교수는 유전 정보에 대하여 어떤 외부적인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발현될 수 있는 절차적 "지침"이라고 말하는데, 유전자의 정보학적인 특성에 관하여 설명하기 위하여 유전학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유전학은 생물체의 유전과 변이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그 근간에는 '정보'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유전 현상에 대한 인식을 체계화한 것은 '그레고르 멘델'(Gregor Mendel, 1822-1884)이며, 그는 표현형(phenotype,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난 특성)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유전자의 존재를 밝혔다. 이후 1944년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는 유전 정보 저장 방식을 모스 부호에 비유했다. 결정적으로 1953년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1928- )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1916-2004)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내면서,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정보의 역할이 핵심이 되었다.


이 DNA 분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가지 염기의 선형적 서열로 '유전 암호'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 서열이 기능 분자인 RNA와 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을 제공한다. 유전 정보는 DNA에 담긴 유전 정보를 'mRNA'(메신저 RNA)라는 형태의 중간 매개체로 복사하는 과정인 '전사'(transcription)와, mRNA에 담긴 유전 정보를 읽어 들여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인 '번역'(translation)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발현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돌연변이는 진화의 동력이 된다. 이처럼 생명 현상은 정보의 저장, 전달, 발현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인다.


플로리디는 이러한 측면에서 유전 정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흔히 저지르는 오류를 강조한다. 즉, 유전 정보는 의미성, 의도성, 관련성 등 일반 '정보'로서의 특징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인데, 유전자는 라디오가 신호를 보내거나 봉투가 메시지를 담는 것처럼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며, 청사진처럼 정보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는 유전 암호(genetic code)의 '코드'라는 용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유전자를 의미론적-기술적 정보로 오해하면 유전학에 대한 이해가 모호해진다고 지적한다. 대신 유전자는 조리법(recipe), 알고리즘(algorithm)과 같이 일종의 예측적이고 효과적인 "지침"(instruction), 즉 절차적인 정보에 가깝다는 본질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유전자는 유기체의 발달과 기능을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동적인 '절차적' 구조이다. 이는 컴퓨터 과학의 명령형 프로그래밍 방식과 유사하게 이해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명령형 프로그래밍에서 프로그램은 상태를 변경하는 일련의 명령어이며, 유전자 코드는 이와 같이 한 단계(염기)가 명령어 역할을 하고 물리적 환경이 명령어에 의해 변경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과 비교된다. 여기서 명령어(유전자, 레시피)와 최종 결과 사이의 관계는 기능적이고 인과적이지만, 컴퓨터 하드웨어가 기계어 코드를 실행할 때 의미론이 개입되지 않는 것처럼 유전 코드에도 의도적이거나 의미론적인 해석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전 정보는 무언가에 대한(about) 정보가 아니라 무언가를 위한(for) 정보, 즉 수행을 위한 "지침"인 것이다.


유전 정보가 단순한 정적인 청사진이 아닌,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발현되는 동적인 절차적 지침이라는 이 해석은 현대 산업경쟁규제와 공정성 논의에 매우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의미론적인 정보인 데이터와는 달리 알고리즘과 같은 정보는 유전자와 비슷한 지침의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는 단순히 DNA 서열을 독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진정한 경쟁 우위는 그 지침을 알고리즘을 통해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어떤 환경 조건 하에서 발현시킬지 아는 노하우에 달려있다.


따라서 산업경쟁규제는 정보 자체의 소유 문제를 넘어, 시장에서 정보의 기능적 발현을 둘러싼 공정성의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즉, 유전자가 생체 환경과 상호작용하듯, 알고리즘의 성공적인 수행은 시장 조건 등 외부 요소와의 협력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알고리즘 독점에 대한 규제는 단순한 소유권을 넘어, 그 정보의 기능적 수행 과정 전반에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고, 특정 온라인 플랫폼에게 독점적 이익이 귀속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플로리디 교수의 절차적 해석에 따라 우리는 유전 정보가 단순한 '설계도'를 넘어, 생명을 구동하는 '알고리즘'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로부터 산업경쟁규제는 데이터의 소유권뿐만 아니라, 그 수행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 및 사회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 곧 혁신과 공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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