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적 쾌락주의의 아버지 '포스너'
누군가 문득 경제 영역에서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돈? 효율성?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부의 극대화?
'경제'(economy)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인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 의미는 '집안(oikos) 살림을 관리(nomia)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경제학에서도 경제의 의미는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여 최대의 생산물이나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데, 경제를 규율하는 '경제법'이 경제적 효율성이나 사회적 효율의 극대화를 간과할 수 없다.
법의 목적을 경제적 효율의 극대화로 이해하고 경제적 분석을 중요하게 여긴 '현대 경제적 쾌락주의'(economic hedonism)를 주도한 사람은, 법학자 겸 경제학자이자 미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역임한, 리처드 포스너(Richard Posner, 1939~)이다. 그는 일반법(common law)은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찾으려는 사법적 시도라고 하면서, '사회적 부의 극대화' 즉, 재화와 자원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사법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하였다. 그는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모든 자원에 대하여 시장참여자의 거래 총합이 최대한 높아지도록 최적화될 때 사회의 부가 극대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은 몇몇 경제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첫째로, 자원 배분 상태에 있어 다른 누군가의 후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최선의 개선상태, 즉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사회 전체의 후생이 극대화된 상태를 의미하는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 이론이다. 둘째, 특정한 변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가치 증가분이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가치 손실분을 초과하는 경우, 효율성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보는 '칼도-힉스 테스트'(Kaldor-Hicks test)이다. 셋째, 특정 경제주체의 활동이 그 당사자가 아닌 제3자나 사회에 편익이나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가정하면, 이러한 '외부성'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경우, 그 문제는 정부개입 없이도 시장의 자발적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코즈의 정리'(Coase Theorem) 등이다.
포스너는 경제법학을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통일하고, 경제학적으로 계량화하고 정밀한 기준으로 들여다보려고 했다. 경제학적 합리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은 '비과학적'인 것으로 비판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사상은 규범적 판단의 법학을 경제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와 뜻을 같이 했던, 시카고대 경제학부 출신들을 가리키는 '시카고학파'(Chicago School)는 주류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1970년대 후반 이후 이들이 주창한 ‘소비자후생 기준(consumer welfare standard)’은 미국 독점금지법 판례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많은 국가의 경쟁법제에서 통용되어 왔다. 이 기준은 예측가능성과 경제적 효율성, 관리의 용이성, 오류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신뢰성 등을 바탕으로 광범위하게 경제법에 있어 하나의 표준으로서 채택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포스너의 주장에 대하여 반대 편에 선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비판을 제기한다. 실제 상황에서의 복잡한 요인을 고려하여 타당한 경제분석이 가능한 것인가? '정의'의 규범적인 판단을 효율성만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홍콩대학교 명예교수 Raymond Wacks는 부의 극대화가 정의와 동등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부의 극대화가 그 자체나 혹은 하나의 수단으로서 '사회 정의'를 희생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의심한다. 각 개인의 욕구는 포스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부의 증가가 진정으로 사회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더 나아가 '효율성'은 기존 불평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고, 법의 경제학적 분석은 자본주의적 자유시장 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념적 선호'(ideological predilection)에 불과하다며 포스너의 주장을 비판한다.
포스너의 이론은 이전의 포스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의의 가치를 '공정성'에 둔 존 롤스나, 미셸 푸코의 견해와는 완전하게 대립된다.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가 더 심화되어 가고 부의 불평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경제적 효율성의 극대화'가 정의나 이를 실현하는 법의 유일한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경제분야의 법과 규제는 효율성 뿐만 아니라 공정성, 분배 정의, 혁신 촉진의 문제 등 다차원적인 영역을 포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 수행은 하버마스가 주창하는 바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양한 가치가 조화롭게 반영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