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상황, '시한폭탄 고문'은 허용되나?

깨지지 않는 절대 금기의 벽, 인권과 국가 안보의 격렬한 충돌

by 날개

국제 인권법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고문(Torture) 및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CIDT: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의 절대적 금지이다. CIDT는 고문보다 넓은 개념으로, 모든 고문은 CIDT에 해당하지만 고통의 정도가 '극심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대우까지 포괄한다. 이 원칙은 어떠한 예외적인 상황, 심지어 전쟁, 국가 비상사태, 혹은 테러의 위협 하에서도 고문과 CIDT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안보 국가들은 이 강행규범에 대해 재해석과 예외 적용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고문의 정의, 적용 기준, 공익과의 충돌에 대한 심각한 성찰을 요구한다.


클래펌 교수는 이 논쟁의 핵심을 설명하는데, 9/11 테러 직후 미국 법무부는 고문의 정의를 '극심한'(severe) 또는 '고통스러운'(painful) 고통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것으로 매우 좁게 해석하려는 시도를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정책적 시도가 곧 소위 '강화된 심문 기법'으로 불린 일련의 학대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해외에 있는 외국인 적군 전투원에게는 고문을 금지하는 헌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대통령이 국제법을 '무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던 점도 함께 언급한다. 이러한 시도 결과,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학대와 굴욕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 사진들은 이 인권 침해의 생생한 증거이자 상징이 되었다. 이는 고문의 법적 정의를 좁히려는 시도가 곧 CIDT를 포함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낳았으며, 법적 기준의 모호성이 어떻게 국가 폭력의 정당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고문 정당화 논쟁의 정점에 있는 것은 '시한폭탄'(ticking time bomb) 시나리오이다. 이는 당장 폭발할 시한폭탄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용의자에 대한 고문일 경우,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문이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클래펌은 이 지점에서 인권 존중의 원칙을 다시금 강조하며, 고문 금지는 정보가 '시한폭탄'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더라도, 그것이 유용한 정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형태의 고문과 CIDT가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 또한 2009년 연설에서 물고문 같은 잔인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심문 수단이라는 주장을 단호히 거부하며, 이러한 방법이 법치를 훼손하고, 국제 협력을 저해하며, 테러리스트 모집 도구로 사용되어 오히려 테러와의 전쟁의 명문을 약화시켰음을 지적하였다. 이는 고문 금지 기준이 단순한 윤리적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대테러 노력의 효율성이라는 현실적인 차원에서조차 오히려 비생산적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논란 끝에 고문과 CIDT의 정의와 기준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클레펌은 영국이 발표한 '구금자 면담 및 정보 전달과 수령에 관한 지침'을 통해 고문과 CIDT의 금지 기준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제시한다. 영국법상 고문은 '공무원이 직무 수행 또는 직무 수행을 목적으로 고의로 심각한 정신적 또는 신체적 고통이나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CIDT에 해당할 수 있는 관행으로는 스트레스 자세, 수면 박탈, 눈 또는 머리전체 가리기, 모든 종류의 신체적 학대, 음식물 또는 의료 지원의 거부, 모욕적인 대우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였다. 이는 고문과 CIDT의 절대적 금지 원칙이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공권력 행사의 경계를 명료하게 설정하는 것이 자의적인 해석을 차단하는 데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 고문 금지의 절대성 논쟁은 우리 사회에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뛰어넘는 급박한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결과적인 목적합치성을 고민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교훈을 남긴다. 고문 금지는 인간 존엄성이라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수호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이는 전쟁상태, 전쟁의 위협, 국내의 정치불안정 또는 그 밖의 사회적 긴급상황 등 어떠한 예외적인 상황으로도 흔들려서는 안 될 사회적 약속이다. 따라서 고문의 정당성 논쟁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는 것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명사회의 기본 질서를 유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이다. 이 원칙과 기준에 대한 끊임없는 사회적 성찰이야말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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