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과 산업규제의 규제 거버넌스 재편

누가 주인이 될 것인가? 온라인 플랫폼 거버넌스에서 경쟁법 v 산업규제

by 날개

이번에는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미디어 및 인터넷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나타샤 저스트'(Natascha Just) 교수의 논문 "누가 주인이 될 것인가? 온라인 플랫폼 거버넌스에서 경쟁법과 규제의 관계에 대한 고찰"(Which Is to Be Master? Reflection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Competition Law and Regulation in the Governance of Online Platforms, 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 16, 2022)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경쟁법 대(對) 산업 규제의 구도를 분석한다. 저스트 교수는 통신 시장의 자유화 및 융합(convergence)을 겪었던 '1단계'와 현재의 '플랫폼'(platformization) 단계를 '누가 주인이 될 것인가(Which Is to Be Master)'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경쟁법과 산업규제의 수단 간의 관계 변화를 탐구하였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시사점을 도출하기로 한다.


저스트는 먼저, 경쟁법(competition law)과 산업규제(sector-specific regulation) 사이의 전통적인 엄격한 개념 구분이 실제적인 가치를 잃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플랫폼화 시대에 이르러 그 구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는 경쟁법 자체가 '규제적 성격'(regulatory nature)을 띠는 방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경쟁법은 사법 집행(law-enforcement) 및 소송 중심(litigation-oriented)의 판결 제도(adjudicative system)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행정적 규제 모델'(administrative regulatory model)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모의 근거로서, 현대 산업 경제학이 경쟁 분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와 함께 집행 당국이 경제의 개념을 부적절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이 지적될 수 있고, 나아가 동의 의결(consent decrees), 확약 결정(commitment decisions), 사전 기업결합 심사(premerger screenings) 등과 같이, 소송보다는 행정적 조치를 통한 해결 방식이 증가했다는 점 역시 경쟁법의 관료적 규제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EU 기능 조약(TFEU) 제101조 또는 제102조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한 조사를 종결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EU Regulation 1/2003 Art. 9)하였는데, 이는 조사 대상 기업이 제시한 경쟁 우려 해소 약속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로서, 경쟁 침해의 공식적인 확립 없이 협력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며 상당한 자원을 절약하는 규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심지어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금지 결정(prohibition decisions)을 내릴 때도, 기업에게 침해 행위에 대한 구제 수단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상당한 책임을 넘기는 방식{예컨대, Google Search (Shopping) 사건에서 구글이 구체적인 수단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요구한 사례}은 경쟁법 집행이 규제 당국과 업계 간의 협업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저스트는 이 두 수단의 엄격한 개념적 분리는 실제적 가치가 거의 없으며, 경쟁법을 "가능한 많은 도구 중 하나"로 실용적으로 바라보고 각 도구가 가장 적합한 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경쟁법과 산업규제의 적절한 조합을 균형 있게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이어 저스트는 통신 및 미디어 시장의 자유화와 융합이 진행된 1980년대 이후의 '1단계'는 규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편향(perceptual bias against regulation)과 경쟁법에 대한 선호가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반독점법이 해결하도록 하자!(Let antitrust do it!)'는 구호와 함께, 많은 지지자들은 부문별 산업규제(sector-specific regulation)를 폐지하고 일반 경쟁법(general competition law)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러한 경향은 1996년 미국 통신법(U.S. Telecommunications Act)이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를 줄이는 법"으로 간주되었고, 2002년 유럽 전자 통신 프레임워크 역시 시장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부문별 규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경쟁 규칙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부문별 규제는 일시적(transitory)이며, 경쟁법이 궁극적으로 시장의 적절한 기능을 보장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규제 완화 움직임은 미디어 분야에서도 소유 규제 완화로 이어졌는데, 이는 융합 환경에서 부문별 규칙이 구식(obsolete), 자의적(arbitrary), 불충분(insufficient)하며, 일반 경쟁법 집행으로 충분하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분야의 부문별 규제(예컨대, 소유 제한)는 미디어 다양성과 여론 형성의 다원성이라는 비경제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과 경제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경쟁법만으로는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민주적 우려를 충분히 다룰 수 없다는 비판과 논쟁을 야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1단계'에서 경쟁법의 우위가 강조될 당시, 경쟁법 자체도 목적의 상실, 비전의 부재, 정치화, 특수 이익에 의한 부패 등 규제가 받았던 것과 유사한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던 경쟁법의 이면은 부문별 규제를 대신하여 경쟁법의 역할이 확대되는 논의 속에서 크게 무시되었는데, 이 무시되었던 문제점이 현재의 '2단계'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강력한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하여 통신 시스템을 재편한 현재의 '2단계'는 '1단계'에서 무시되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규제 대 경쟁법의 구도가 완전히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고 저스트는 지적한다.


현재 경쟁법과 경쟁 정책은 플랫폼의 경제적 및 정치적 권력에 대처하는 주요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다시 섹시해졌다(sexy again)"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각국은 경쟁법 현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 접근을 시장 지배력 평가의 기준으로 삼거나, 거래 가치 기준을 기업 결합 심사에 도입하는 등 법을 개정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플랫폼이 다면 시장에서 수행하는 '중개 역할'(intermediation power)과 '시장 독점 유도 행위'(market tipping)에 대한 규정을 경쟁법에 추가하였다. 또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Subcommittee on Antitrust, Commercial, and Administrative Law)는 구조적 분리(structural separations), 비차별 의무,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요구사항 등 경쟁 회복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전통적인 경쟁법 집행의 범위를 넘어선 구조적 개입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2단계의 핵심은 경쟁법의 역할 확대에 대한 신중론이 동시에 제기된다는 점이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경쟁 규칙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경쟁법이 더 넓은 사회적, 정치적 목표를 포괄하도록 확장되거나, 규제의 영역에 속할 수 있는 문제들(예컨대,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보호)까지 주요 부담을 지게 될 경우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문제는 '1단계'의 미디어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경쟁법과 규제가 서로 침투하는 핵심 영역이 되었다. 과거의 논의가 규제를 폐지하고 경쟁법으로 이행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각 수단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역량 배분(allocation of competencies)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룬다.


저스트의 논문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경쟁법과 산업규제의 갈등과 조화에 관하여 심도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규제 기관 간의 관할권 분쟁과 규제 수단의 중복 논란을 겪어왔다.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을 다루는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개별 규제가 중복 적용되는 상황이다. 이때, 단순히 규제를 폐지하거나 경쟁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법의 사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사전적 행위 규제의 영역을 명확히 하고, 이 두 수단이 공정성, 혁신성, 소비자 후생이라는 다양한 목표를 위해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역량을 배분할지 제도적인 설계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저스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플랫폼의 경제적 권력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 수단(벌금, 구조적 구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중시하되, 데이터 프라이버시, 허위 정보 등 전문적이고 비경쟁적인 교차점에 있는 규제 영역에 대해서는 개별 산업규제의 책임 및 권한을 법률적으로 명료하게 분리하여 교통정리하고, 규제기관 간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규제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법적 불확실성과 이중 규제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행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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