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책 회귀시대의 온라인 플랫폼 경쟁 규제

OECD 보고서를 통해 본 규제 거버넌스 재편의 시사점

by 날개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들은 오랫동안 경쟁법(Antitrust Law)을 핵심 경제 규율로 삼아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왔다. 이 시스템은 정부의 재량적 시장 개입을 억제하고, 시장 참여자들 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한 자원 배분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전개된 일련의 글로벌 위기와 지정학적 구조의 변화는 이러한 경쟁법 우위 체제의 효용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ies)의 재등장을 촉발하였다.


OECD 보고서 "산업 정책의 회귀: 현 상황에서의 정책적 고려 사항"(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ies: Policy considerations in the current context, 2023)"은 이 시대적 흐름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보고서는 산업 정책 회귀의 동인을 다차원적으로 제시하는데, 첫째, 글로벌화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불만족이다. 지난 20년간 선진국에서 나타난 제조업 고용의 감소와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화의 사회적 수용도를 약화시켰으며, 이에 대응하는 정치적 조치가 필요해졌다. 둘째, 글로벌 COVID-19 위기 등을 겪으며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원을 단행했던 경험은 주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도전에 대해 정부가 대규모 금융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가계와 기업의 기대감을 높였다. 셋째, 미·중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쟁의 심화는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를 최우선 가치로 격상시켰다. 이에 따라, 공급망 교란 위험이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는 무역, 해외 투자 및 산업 정책을 동원하여 해외 의존도를 제한하고 핵심 부품 및 서비스의 국내 생산 역량을 개발하도록 요구받았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라는 미가격화된(unpriced) 부정적인 거대한 외부 효과(externalities)는 시장 실패의 명확한 사례로서,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의 시급성이 정부의 직접 개입을 강력하게 정당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산업 정책 회귀 현상의 한 예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분야를 들 수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가지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와 데이터 기반의 독점 구조는 기존의 사후적 경쟁법으로는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전통적인 반독점법은 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한 피해 입증에 의존하는데, 많은 플랫폼 서비스는 무료이거나 가격 인상 외의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같은 사전적(ex-ante)이고 구조적인 산업 규제 모델이 등장했으며, 이는 기존 반독점법의 한계를 우회하며 특정 시장 참여자(gatekeeper)의 특정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촉발했다. 이는 과거 특정 기간통신망이나 유틸리티 산업에 적용되었던 부문별 전문 규제(sector-specific regulation)와 유사한 성격을 띠며, 경쟁법의 한계를 우회하여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OECD 보고서는 산업 정책의 이론적 정당성이 외부 효과(externalities)와 같은 시장 실패에 기반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위험과 비용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 정책은 경쟁 제한과 보호무역주의를 증가시켜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혁신을 저해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 무역 시스템을 훼손할 수 있다. 특히, 현지 부품 의무 사용(local content requirements)과 같은 보호주의적 조치들은 단기적으로는 정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성을 유발하고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되어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을 저해할 수 있다. 나아가, 한 국가의 산업 정책은 다른 국가의 보복 정책(tit-for-tat policies)을 촉발하여 글로벌 경제의 통합을 저해하고 복지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 및 구현'(design and implementation) 원칙을 엄격하게 제시하는데,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산업규제에 대한 세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산업 정책은 시장 실패가 존재하더라도 다른 정부 정책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때, 그리고 시장이나 다른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구조적 도전에 대해서만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이 원칙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최소 규제의 원칙과 경쟁법과의 효율성 비교라는 시사점을 던진다.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새로운 사전적 산업 규제가 기존의 경쟁법의 사후 집행보다 더 효율적이고 덜 왜곡적인 수단인지가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한다. 만약 개입이 필요하더라도, 규제는 기술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자원 배분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데이터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의무와 같은 수단이 특정 행위의 사전적 금지보다 우월하지 않은지 심층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 규제는 비용-편익 고려사항을 기반으로 정당화되어야 하며, 그 정당성은 규제 대상의 구조적 도전에 비례해야 한다.


둘째, 보고서에서는 산업규제는 정부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 대상 기업의 선정 과정이 경쟁적, 비차별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특정 기업이나 기술에 편향되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기술적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기관에 선정 과정을 위임할 것을 권고한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서 규제 대상을 지정하는 행위는 재정 지원 대상 선정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요소나 자의성이 개입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 자체가 특정 경쟁 사업자에게 이익을 주고 다른 경쟁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정부 실패' 또는'규제 포획'의 위험을 내포하지 않도록, 규제의 설계 및 기술적 평가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확보한 거버넌스 구조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셋째, 보고서에서는 정치적 요인이 목표 미달성 시 정부 지원을 종료하는 결정을 방해할 수 있는 점을 산업 정책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지적하며, 명확한 벤치마크, 면밀한 모니터링, 그리고 명시적인 종료 메커니즘과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원칙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규제 존속의 정당성 재검토라는 시사점을 던진다. 사전 규제는 시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혁신을 저해하는 장벽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규제 도입 후, 당초 목표(경쟁 촉진, 공정성 확보)가 달성되었는지, 혹은 규제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명확한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및 평가되어야 한다. 규제가 정치적 관성에 의해 '규제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 일몰제(sunset clause) 또는 주기적인 비용-편익 재평가를 의무화하는 명시적인 재검토 메커니즘을 사전에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경쟁법의 사후적(ex-post)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관한 논의는 경쟁법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고 디지털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하도록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른 국가의 산업 정책에 대한 대응 역시 보복적 전략보다는 자국의 장기적 이익과 글로벌 질서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보고서의 경고를, 국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산업경쟁 정책 설계자들은 더욱 깊게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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