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제외, 면책, 묵시적 면책, 주(州) 행위 면책법리, 그리고 시사점
이번 글에서는 OECD 경쟁 및 규제 실무 그룹에 제출된 보고서인 '미국 경쟁법과 규제 대안에 관한 보고서{Competition Enforcement and Regulatory Alternatives – Note by the United States, DAF/COMP/WP2/WD(2021)12}를 기반으로 하여, 미국의 경쟁법과 산업규제 시스템이 어떤 원칙과 예외를 통해 조화를 이루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경쟁규제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로 한다.
미국 경제의 근간은 자유 기업과 개방된 시장을 통한 경쟁에 있으며, 이는 연방 대법원이 셔먼법(Sherman Act)의 목적을 "제한 없고 구속 없는 경쟁을 거래의 규칙으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천명한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는 억제되지 않은 경쟁 세력의 상호 작용이 우리 경제 자원의 최상의 분배, 최저 가격, 최고 품질 및 최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한다{Northern Pacific Railway Co. v. United States, 356 U.S. 1, 4 (1958)}. 이러한 경쟁 원칙에 따라, 법무부(DOJ)의 반독점국(Antitrust Division)과 연방거래위원회(FTC) 두 경쟁당국은 연방 경쟁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시장 효율성을 보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경쟁 옹호(advocate) 활동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배제하고, 필요한 규제는 경쟁 원칙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연방 반독점법은 일반적으로 주(State) 간 상거래 또는 주 간 상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활동에 적용되는 포괄성을 가지며, 해당 행위가 주 또는 연방 규제의 대상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효력을 발휘한다. 대부분의 경우, 규제는 환경 및 안전과 같이 경쟁 기준과는 별개이지만 모순되지 않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규제 법규는 입법부인 의회(Congress)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반독점법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데, 이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적용제외(exemptions; 경쟁법 적용 범위 자체의 배제) 또는 면책(immunities; 소송 또는 처벌로부터의 보호)의 형태를 띤다. 미 연방 대법원은 이러한 적용제외나 면책은 "협소하게 해석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정당성이 없는 적용제외나 면책은 자유로운 경쟁 시장의 이점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DOJ는 2018년 반독점법 적용제외 및 면책에 관한 공개 원탁회의를 개최하여 현행 법정 적용제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명시적 법정 적용제외(express statutory exemptions)는 비경쟁적 목표를 위해 반독점법에서 금지하는 특정 행위를 허용하거나, '경쟁'을 전문 규제기관(sector-specific regulator)이 평가할 다른 요소들과 "균형"을 이루도록 결정하고자 할 경우,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의해 부여된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예는 해상 운송 부문이다. 1984년 해운법(Shipping Act of 1984)은 해상 공통 운송업자(ocean common carriers) 간의 특정 합의(운송료, 풀링, 경로 할당 등)에 대해 반독점법 적용을 제외하고, 연방해사위원회(FMC)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이 적용제외는 합의가 FMC에 제출되고 검토된 후 발효되지만, 법무부는 "해운법에 의해 부여된 일반적인 반독점 적용제외가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으며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제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행위(예컨대, M&A, 국제 항로에서의 가격 담합, 입찰 담합, 시장 분할 등)는 여전히 반독점법의 적용을 받으며, DOJ는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의 가격 담합 사건을 성공적으로 기소하여 네 회사로부터 총 2억 3,49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임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되기도 하였다.
민간 항공 부문의 경우, 1988년 의회는 항공사 합병에 대한 검토 권한을 DOT(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 DOJ로 이관했지만, DOT는 '국제 항공사 합작 투자'(international airline joint ventures)를 검토하고 이러한 합의에 대해 반독점법 면책(immunity)을 부여할 권한은 유지하였는데, 이러한 DOT의 권한은 명시적인 법률에 근거하여 반독점법상의 책임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부여된다. 이를 통해 경쟁 또는 잠재적으로 경쟁하는 항공사가 노선, 일정, 가격 등을 조정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DOT의 검토는 경쟁 분석과 공익 고려 사항을 모두 포함한다. 다만, 면책이 허용되는 경쟁을 저해하는 합의는 심각한 운송 필요를 충족하거나 중요한 공익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고 덜 반경쟁적인 대안이 없는 경우로 한정된다{49 U.S.C. § 41309(b)}. DOJ는 이러한 면책이 "항공 산업을 포함하여 모든 산업에서 강력하게 선호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최소한 경쟁 중복 노선에 대한 경쟁보호 조항을 조건으로 부과하거나 때로는 면책 신청을 완전히 거부하도록 촉구해왔다. 한편, 보험 부문에서는 면책 권한을 제거하기도 하였는데, 2021년 1월 13일 서명된 '경쟁 보건 보험 개혁법'(Competitive Health Insurance Reform Act of 2020)은 '맥카란-퍼거슨 법'(McCarran-Ferguson Act)을 개정하여 '건강 보험 사업'(business of health insurance)에 대한 반독점 면책을 제한했다. 이를 통해, 건강 보험사가 "소비자를 위한 건강 보험 서비스를 개선하는 특정 활동"을 제외하고는 다른 거의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연방 반독점법의 적용을 받도록 명확히 했다.
'묵시적 면책'(implied immunity)은 반독점법과 규제 체계가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협소한 상황에서만 법원에 의해 인정된다. 연방 대법원은 묵시적 면책이 "반독점법과 규제 시스템 간의 명확한 모순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라고 일관되게 판시해왔다{United States v. National Ass’n of Securities Dealers, Inc., 422 U.S. 694, 719-20 (1975)}. 대법원은 두 법정 제도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상호 간의 작동을 조정하는 분석이 "적절한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모든 규제 대상 행위가 "포괄적인 면제"를 누린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National Gerimed. Hosp. & Gerontology Ctr. v. Blue Cross, 452 U.S. 378, 392 (1981)}. Credit Suisse Securities(USA) v. Billing(2007) 사건에서 대법원은 묵시적 면책 적용을 위한 네 가지 요건을 제시하였는데, 행위의 핵심규제 포함 여부, 산업규제 당국(SEC)의 권한 적절성, 당국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규제 여부, 반독점 및 규제 제도 사이의 심각한 충돌 등을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반독점법의 적용이 SEC의 증권법 집행과 "실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묵시적 면책을 인정했다. 반면, 산업규제에 기존의 반독점법의 적용이나 효력을 침해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는 조항 즉, 반독점 "세이빙 조항"(savings clauses)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셔먼법 하의 묵시적 면책이 방지되고 기존 반독점 표준이 침해받지 않고 온전히 유지됨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Verizon Communications Inc. v. Law Offices of Curtis V. Trinko, LLP, 540 U.S. 398, 406-407 (2004)}.
경쟁당국과 부문별 산업규제 당국은 주로 합병 검토와 관련하여 관할권을 공유하거나 중복되는 범주 (concurrent authority)의 행위에 대해 감독을 수행하며, 이는 과거에 포괄적인 규제를 받았던 산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통신 부문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통신법에 따라 거래가 '공익, 편의 및 필요성'에 부합하는지에 기반하여 검토하며, DOJ와 FCC는 경쟁영향 분석 결과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협력한다. 전기 유틸리티 부문에서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도매 및 전송)와 주 공익사업위원회(지역 분배 및 소매)가 복합적으로 규제하며, 합병은 FERC, DOJ, 그리고 주 기관의 개별적인 검토를 받는다. 이들은 서로 다른 법률 및 정책 체제 하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때때로 동일한 합병에 대해 다른 검토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한 기관의 승인이나 구제책이 다른 기관의 별도 이의 제기나 추가적인 조건 변경이나 양보를 요구할 권리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방 차원의 적용제외 및 면책과는 달리, 주(州) 행위 법리(State Action Doctrine)는 연방주의와 주(州)권의 원칙에 근거하며{City of Columbia v. Omni Outdoor Adver., Inc., 499 U.S. 365, 370 (1991)}, 주(州)가 주권적 역량으로 부과하는 반경쟁적 규제를 연방 반독점법의 적용에서 면책한다{North Carolina State Bd. of Dental Examiners v. FTC, 135 S. Ct. 1101, 1110 (2015)}. 이러한 주(州) 행위 면책(State-Action Immunity) 법리는 Parker v. Brown, 317 U.S. 341(1943) 사건에서 처음 명시되었는데, 주 정부의 합법적인 행위를 연방 반독점 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법리를 확립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법리가 연방 반독점법에 구현된 자유 기업과 경제적 경쟁이라는 근본적인 국가적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North Carolina State Bd. of Dental Examiners v. FTC, 135 S. Ct. 1101, 1110 (2015)}.
주 규제위원회 또는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거나 규제를 받는 주체인 사적(私的) 행위자와 같은 '비주체 행위자'가 이 법리를 주장하려면 첫째, 문제된 행위가 주 정책으로 명확하게 표현되고 적극적으로 표명되었는지, 둘째 그 정책이 주에 의해 적극적으로 감독되는지 등 두 가지 엄격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California Retail Liquor Dealers Ass’n v. Midcal Aluminum, Inc., 445 U.S. 97 (1980)}. 대법원은 조지아주의 의료법인 설립법이 일반적인 법인 운영에 관한 권한을 부여했더라도, 반경쟁적으로 이 권한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데 대하여 주가 정책을 명확하게 표명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므로 법을 위반였다고 판단한 FTC의 입장을 만장일치로 지지한 사례를 통해 주 행위 법리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FTC v. Phoebe Putney Health Sys., Inc., 568 U.S. at 225 (2013)}. 또한, 대법원은 사적 시장 참여자들이 통제하는 주 규제 기관(또는 위원회)이 면책 법리를 적용받으려면, "적극적 감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주(州)가 시장의 경쟁자들(민간 그룹)에게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주면, 그들이 주 정책 대신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할 위험이 크므로, 법원은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주의 적극적인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North Carolina State Bd. of Dental Examiners v. FTC, 135 S. Ct. 1101, 1114 (2015} 이 두 판결 이후, DOJ와 FTC는 하급 법원에 다수의 전문가의견서(amicus curiae)를 제출하며, 주 행위 법리의 친경쟁적 적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DOJ와 FTC는 경쟁 옹호 활동을 통해 "정부 규제보다는 경쟁에 의존하도록 촉진하며,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중요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을 때만 허용"하고, 가능한한 시장 기반 솔루션과 구조적 구제책을 통해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도록 규제를 운용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들은 연방 및 주 규제 기관에 규제가 효율성과 소비자후생에 미치는 영향과 규제 완화의 잠재적 이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예컨대, DOJ와 FTC는 FERC에 제출한 의견에서 합병 검토 시 시장점유율과 집중도 통계를 넘어 전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경쟁 효과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권고했다. 주 정부 차원에서는 병원이나 기타 의료 제공자가 새로운 시설을 짓거나 고가의 의료 장비를 도입하기 전에 주(州) 정부의 규제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한 '필요 인증서 법률'(Certificate of Need, CON law)이 경쟁사업자의 의료 시장 진입을 막아 소비자후생을 저해하고 기득권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고압 송전시설 개발 제한 법안에 대해 신규 진입제한이 기존 사업자에 대한 경쟁 압력을 줄여 요금 인상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쟁법 vs 산업규제 시스템은 '경쟁'을 기본 규칙으로 설정하고, 명시적 법정 적용제외와 엄격하게 해석되는 묵시적 면책을 통해 규제 조항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며, 주 행위 법리의 엄격한 두 가지 요건(명확한 표명 및 적극적 감독)을 통해 정부 및 위임된 행위의 반경쟁적 면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쟁은 미국의 근본적인 경제 정책이며, 경쟁당국은 "자유 시장 경쟁이라는 일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억제"하는 경쟁 옹호 활동과 "반독점법의 강력한 집행"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모두 사용하여 시장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미국의 경쟁법과 산업규제 시스템의 정교한 조화 메커니즘은 우리나라 경쟁법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경쟁법 적용제외 및 면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협소한 해석의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처럼, 특정 산업에 대한 경쟁법 적용제외를 도입할 때에는 그 필요성과 공익적 목표를 명확히 법률에 명시해야 하며, 범위는 최소화하고, 정당성이 상실될 경우 능동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일몰제(sunset clause)와 같은 장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둘째, 부문별 규제 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분담 및 협력 시스템을 명확히 하고 효율화해야 한다. 미국의 통신 및 전기 유틸리티 분야의 관할권 공유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역시 금융, 통신, 에너지, 온라인 플랫폼 등 산업규제 기관과 공정위 간의 관할 중복이 발생할 수 있는 영역에서, 경쟁 분석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 및 절차적 메커니즘을 보다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독점 기관과 규제 기관 간의 정보 공유 및 협의를 의무화하고, 경쟁영향평가를 모든 규제 결정 과정에 통합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 기관 및 위임된 행위에 대한 면책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미국의 주 행위 법리에서 비주체 행위자에 대한 면책이 '명확하게 표현된 주 정책'과 '주에 의한 적극적인 감독'이라는 두 가지 엄격한 요건에 의해 제한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공공 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법률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은 전문 직능 단체 등의 행위가 경쟁을 제한할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순히 정부의 인가나 위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구체적으로 경쟁 제한을 의도하고 허용하는 상위 법령이나 정책에 명확히 근거하는지, 그리고 국가 또는 지방 정부가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감독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특히, 시장참여자가 통제하는 단체에 대한 '적극적 감독' 요건의 강화는 우리나라의 협회 및 자격 관리 단체의 반경쟁적 행위를 억제하는 데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