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 규제의 핵심 기준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안전성, 이용자 자율성, 인간 중심성

by 날개

AI 알고리즘 규제의 핵심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안전성 이외에, 최근 디지털 자율성 침해 문제와 관련하여 이용자 자율성(user autonomy) 또는 인간 중심성(human-centricity)이 중요한 보완적 규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 다섯 가지 기준은 상호 연계된 구조 속에서 알고리즘적 권력에 대한 통제를 시도한다. 이러한 기준들은 데이터의 수집부터 알고리즘의 설계, 운영, 결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법적, 기술적 통제를 요구하며, 각 특성은 국내외 입법례를 통해 구체적인 규범으로 전환되고 있다.


첫째, 투명성(transparency)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며 왜 특정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속성으로, 규제의 가장 기본 전제다. 이는 단순히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알고리즘의 목적, 데이터 입력 방식, 작동 원리, 그리고 그 결정이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용자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하는 것을 요구한다.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제13조(개인정보 수집 시 제공할 정보) 및 제14조(개인정보를 정보주체로부터 수집하지 않은 경우 제공할 정보)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논리 및 중요성과 예상되는 결과를 정보주체에게 제공할 의무를 명시하며 투명성을 보장한다 [GDPR, Article 13, 14, Recital 63].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 역시 '결정의 설명 등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여 알고리즘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 요구권을 제도화하고 있다.


둘째, 공정성(fairness)은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부당한 차별을 초래하거나 기존의 사회적 편향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기준이다. 이는 데이터의 입력 단계부터 알고리즘의 출력 결과까지 전 과정에 걸쳐 편향성(bias)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특히 고용, 대출, 사법과 같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강조된다. 학계에서는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기회균등(equal opportunity), 예측적 평등(predictive parity)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Naroditskiy, V., & Roth, A. Fairness in Machine Learning: Limitations and Opportunities. In Proceedings of the ACM Conference on Economics and Computation(2018), p. 1-10]. EU의 AI 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 제9조(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위험 관리 시스템)는 고위험 AI 시스템이 데이터의 품질을 보장하고 차별적인 결과를 피하도록 설계될 것을 요구하며, 특히 제10조(데이터 및 데이터 거버넌스)는 훈련, 검증 및 테스트 데이터셋이 의도된 목적과 관련된 편향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한다.


셋째, 책임성(accountability)은 알고리즘 오류나 편향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추적하고 책임을 규명하며 적절한 구제 조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준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오류를 넘어, 설계 및 운영상의 거버넌스 문제를 포함한다. 책임성 확보를 위해 감사 가능성(auditability)과 기록 유지(record keeping)가 필수적이다[Barocas, S., Hardt, M., & Narayanan, A. Fairness and accountability in algorithmic decision making. MIT Press(2019), Chapter 5]. 유럽의 DSA(Digital Services Act) 제34조(시스템적 위험 평가)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s)에게 알고리즘의 시스템적 위험(차별, 선거 개입, 공중 보건 등)을 평가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며, 제42조는 외부 독립 감사에 대한 규정을 두어 알고리즘의 작동에 대한 외부적 책임 추궁의 근거를 마련한다.


넷째, 안전성(safety)은 AI 시스템이 오작동, 해킹, 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통해 인간의 건강, 재산, 또는 환경에 물리적, 비물리적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기준이다. 이는 주로 AI 시스템의 기술적 견고함과 안정적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 EU AI 법 제15조(정확성, 견고성 및 사이버 보안)는 고위험 AI 시스템이 높은 수준의 정확성, 견고성 및 사이버 보안을 갖추도록 설계 및 개발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산업 진흥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제19조(고위험 인공지능의 신뢰 확보) 역시 국민의 생명, 안전 등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고위험 AI에 대해 신뢰 확보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며, 이는 안전성 기준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다섯째, 이용자 자율성(user autonomy) 또는 인간 중심성(human-centricity)은 앞서 언급된 네 가지 기준을 보완하며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조작적 설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상한 핵심 기준이다. 이 기준은 알고리즘 시스템이 이용자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침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약점을 악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히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조작적 설계(manipulative design) 자체를 금지하는 사전적 의무를 부과한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알고리즘적 조작을 '행동적 조작'(behavioral manipulation)으로 지칭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Yeung, K., Hypernudge: Big Data and the New Governance of Human Behavior. American Review of Public Administration(2017), 47(1), pp. 182-192]. EU의 DSA 제25조(온라인 인터페이스 설계 방식)는 플랫폼이 이용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다크 패턴(dark patterns)의 사용을 금지하며, 특히 제28조(청소년 보호)는 청소년의 취약점을 악용한 중독 설계 및 표적 광고를 금지함으로써 이용자 자율성 기준을 가장 직접적으로 입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2025.10.24. 시행 예정)」에 다크 패턴 유형 및 위법성 판단 기준이 통합되어 시행되는데, 이는 알고리즘 및 인터페이스 설계를 통한 소비자의 선택 조작을 규제함으로써 이용자 자율성 보호를 실질적인 법 집행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I 알고리즘 규제는 전통적인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안전성의 기술적, 윤리적 기준을 넘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적 권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근본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이용자 자율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다섯 가지 기준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알고리즘 시스템이 인간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작동하도록 하는 통합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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