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라는 착각을 버려라

148년 전 연방대법원, 플랫폼은 ‘사유 재산’이 아닌 ‘공적 인프라'다

by 날개

19세기 후반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급격한 경제적 전환기를 맞이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그 사이를 매개하는 거대 자본 간의 치열한 갈등을 목격했다. 특히 중서부 농민들은 자신들의 생존줄을 쥔 철도 회사와 곡물 창고업자들이 부과하는 불공정하고 터무니없는 운임과 수수료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그레인저 법'(Granger Laws)은 거대 인프라 자본의 횡포를 막기 위한 민주적 통제의 산물이었으며, 이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을 다룬 사건이 바로 먼 대 일리노이 주 사건(Munn v. Illinois, 94 U.S. 113, 1877)이다. 이 사건은 시카고의 9개 곡물 엘리베이터(grain elevator) 업체들이 구축한 독점 체제에 맞서, 주 정부가 공공복리를 위해 사유 재산의 이용 가격을 규제할 수 있는지를 다룬 현대 행정법과 경제 규제법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이 일리노이주의 규제 권한을 인정한 배경에는 "정치적 공동체는 공동의 선(common good)을 위해 모든 시민이 특정 법률에 의해 통치받기로 약속한 사회적 계약"이라는 법철학적 기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모리슨 웨이트(Morrison Waite, 1816-1888)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사유 재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받게 될 때(affected with a public interest), 더 이상 사적 관할권(juris privati)만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고전적 관습법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시카고의 곡물 창고들은 서부의 농산물이 동부로 넘어가는 상업의 관문(gateways of commerce)에 위치하여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기에, 이들이 행사하는 권력은 공공의 직무와 다름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 절차(due process) 조항이 사유 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호한다는 기업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모리슨 웨이트(Morrison Waite, 1816-1888) 대법원장은 개인이 사회의 일원이 될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자신의 재산을 사용해야 하는 경찰권(police power)의 범주 내에 규제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는 규제 권한의 존재 여부가 핵심이며, 권한이 존재하는 한 요금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재량이라고 강조했다. "권력이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권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으며, 국민은 법원이 아닌 투표소(polls)를 통해 그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사법 자제의 원칙은 당시 입법적 규제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었다.


이 판결은 이후 미국 경제 규제법 집행의 황금기를 열었으며, 이는 국가가 시장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는 강력한 선례가 되었다. 비록 이후 이른바 로크너 시대(Lochner Era)를 거치며 법률 형식주의가 득세하고 기업의 자유가 다시 강조되기도 했으나, 이 판결이 확립한 '공공 목적의 규제 정당성'은 훗날 뉴딜 정책과 현대 복지 국가의 법적 기틀이 되었다. 만약 이 판결이 없었다면, 거대 자본이 필수 인프라를 독점하고 대중에게 통행세를 징수하는 행위를 국가는 팔짱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법적 결단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역사는 법원이 다시 보수적인 궤도로 수정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경제 규제의 효용성을 위축시키기도 했다. 특히 기업 측 변호사들이 주장했던 실질적 적법 절차(substantive due process) 개념이 점차 수용되면서, 입법부의 규제가 합리적인지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심사하여 무효화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러한 대법원의 보수적 선회는 시장의 자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의 독점을 방치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낳았으며, 이는 경제적 약자들이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우리나라의 사법 현실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법원이 포스코(POSCO)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 등에서 보여준 지극히 보수적인 판결은 현대적 경쟁법 집행에 큰 제약을 가하고 있다. 우리 법원이 독점 기업의 행위가 경쟁을 제한했는지를 판단할 때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입증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1877년 웨이트 대법원장이 경계했던 '사법부의 입법적 판단 가로채기'와 다름없다. 이러한 보수성은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공공의 이익을 수호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거대 기업의 지배력을 공고히 해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논의는 바로 이러한 '먼 사건'의 현대적 변주곡이다. 과거의 곡물 창고가 농민의 수확물을 보관하던 필수 시설이었다면, 오늘날의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디지털 시대의 모든 정보와 상업이 통과해야 하는 새로운 '상업의 관문'이다. 이들이 검색 순위를 조절하거나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는 과거 창고업자가 통행세를 징수하던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플랫폼은 사유 재산이므로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은 이미 140여 년 전 대법원에 의해 거부된 낡은 논리에 불과하다.


플랫폼 규제법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는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는 점에 있다. 현대의 플랫폼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재산을 넘어,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만나는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가 되었다. 이러한 인프라를 소유한 기업이 자신의 지배력을 남용하여 경쟁을 말살한다면, 국가는 공동체의 계약에 따라 이를 규제할 정당한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 '먼 사건'이 보여주었듯, 규제의 적절성은 법원이 아닌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부의 결단에 맡겨져야 하며, 그것이 바로 사회적 계약의 본질이다.


결론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은 자유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 권력의 횡포로부터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우리는 사법부의 보수적 판례에 갇혀 입법적 해결을 주저했던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사용을 유지하는 한(타인이 내 재산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사업 행위를 하는 한) 공공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1877년 대법원의 준엄한 선언은 오늘날 디지털 독점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우리는 낡은 법률 형식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공정 경쟁과 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담대한 플랫폼 규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사법부 역시 과거의 보수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기술의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독점에 대응할 수 있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19세기의 곡물 창고가 그러했듯, 21세기의 알고리즘과 플랫폼 또한 공공의 이익에 헌신될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의 목적은 강자의 특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세우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40년 전 '먼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바로 그 끊임없는 정의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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