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쟁법의 미래 지형도

by 날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둘러싼 규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사법적 엄밀성과 시장의 역동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긴장을 투영한다. 본래 산업규제나 사전규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관료적 경직성으로 인해 시장실패를 유발할 위험이 크기에, 사후적 경쟁법 집행을 통한 교정이 원칙으로 간주되어 왔다. 사법부가 드워킨식 해석주의를 도입하여 단순한 경제 수치를 넘어선 '공정성'과 '경쟁 질서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호하려 해도, 디지털 시장의 빠른 변화 속도는 사법 절차의 본질적인 지연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경쟁자가 고사하고 시장 구조가 고착된 후에 내려지는 '정교하고 정의로운 판결'은 학술적 가치는 가질지언정 시장의 효율성을 복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역설에 직면한다.


이러한 사법적 한계는 디지털 시장에서 사전규제(ex-ante regulation) 도입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연적 귀결로 몰아넣고 있다. 만약 사법부가 효과 중심주의라는 명분 하에 형식주의적 도그마에 함몰되어 거대 플랫폼의 경제적 방어 논리에 포획된다면, 이는 곧 사법 불신을 넘어 강력한 정치적 입법 압력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거대 플랫폼이 시장의 규칙 자체를 설계하는 '심판이자 선수'로 군림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이들의 권력 남용을 적시에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치는 대중의 공정성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경쟁법과의 정교한 인터페이스조차 고려하지 않은 투박하고 강력한 산업규제를 단행하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의 흐름이 국가별로 파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사업은 국경 없이 글로벌하게 전개되는데 반해, 유럽의 DMA와 같은 강력한 사전규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입법 지체 사이의 간극은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의 비대칭성은 결국 지역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격차와 혁신 동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규제가 엄격한 지역의 소비자는 단기적인 선택권과 공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혁신의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고, 규제가 느슨한 지역은 시장 고착화로 인한 독점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사법부의 적극적인 가치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교한 경쟁법 논리와, 시장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전적 안전장치가 어떻게 지성적으로 결합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더 나아가, 만약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입법을 지체해 온 미국마저 자국 빅테크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불능을 인정하고 유럽식 모델을 수용하게 된다면, 미래의 글로벌 단일 경쟁법 표준은 '절차적 효율성'과 '실질적 공정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표준 하에서는 거대 플랫폼의 핵심 행위들이 '사전적 금지 목록'(blacklist)으로 규정되어 입증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그 세부적인 집행 과정에서는 사법부의 해석적 개입을 통해 개별 기업의 혁신적 가치를 보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의 법리는 단순히 '누가 더 강하게 규제하느냐'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의 성격에 걸맞은 단일화된 규범(global digital standard)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사법부가 거대 플랫폼의 편에 선다는 정치적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법치는 이제 사후적 교정의 느린 보폭을 버리고 사전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능동적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선 이러한 글로벌 단일 표준의 형성이야말로, 디지털 영토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고 기술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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