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장의 반독점: 수요독점에서 노동자 후생으로(3)

한국형 경쟁법의 미래: 소비자 후생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

by 날개

미국 출판 시장의 수요독점을 막아낸 Bertelsmann 판결과 경업금지 약정의 전면 금지를 둘러싼 Ryan LLC 사건의 법적 공방은 경쟁법의 현대적 사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동안 경쟁법의 유일한 나침반이었던 소비자후생 기준은 노동 시장이라는 거대한 사각지대를 간과해 왔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경쟁 당국은 기업이 제품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노동 시장에서 구매자로서의 지위를 남용해 노동자의 보상을 깎거나 이동을 제한한다면 그것이 곧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파괴하는 반경쟁적 행위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역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한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계열화 구조가 강하며, 이는 특정 산업군에서 노동력의 수요가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되는 수요독점(Monopsony)적 환경을 조성하기 쉽다. 특히 부품 제조나 조선, 건설 분야에서 대기업이 협력사 인력을 채용하지 않기로 묵시적으로 합의하거나, 협력사의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인적 자원의 이동을 통제하는 행위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역동성 저하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KFTC)는 최근 이러한 노동 시장 내 반경쟁 행위에 대해 감시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2025년 취임한 주병기(1967-)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쟁법의 지평을 소비자 후생에서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포함한 시장 참여자 전체의 후생으로 넓혀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주 위원장은 특히 거대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인력 채용을 제한하거나 임금을 하향 안정화하려는 시도를 '수요독점적 횡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의 DOJ나 FTC가 추진해 온 노동 시장 반독점 집행 강화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한국 공정거래법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반영한 행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 시장이다. 배달 앱, 승차 공유 서비스 등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 운영사는 수많은 라이더와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사실상의 수요독점자로서 군림하게 되었다. 주병기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는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통해 수수료와 노동 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노동자의 타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현대적 의미의 경업금지이자 반경쟁적 수요독점으로 보고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 공정거래법이 단순히 가격 담합을 포착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노동 시장의 구조적 불공정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이러한 변화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리적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기업결합 심사 시 '노동자 후생'을 독립적인 심사 기준으로 명문화하는 문제다. Bertelsmann 판례처럼 합병 후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작가(노동자)의 선인세가 깎일 위험이 있다면 합병을 불허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둘째, '보상 없는 경업금지'에 대한 행정적 규제 강화다. 현재 한국 법원은 사후적 소송을 통해 경업금지의 유효성을 판단하지만, 공정거래법 차원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의 유형으로 이를 구체화하여 예방적 규제를 실현해야 한다.


결국 경쟁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장의 모든 참여자가 자신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노포치 사건과 최근의 형사 처벌 강화 사례는 기업이 경쟁의 압력을 회피하려 할 때 시장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경고한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인력 불균형, 플랫폼 노동의 종속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쟁법의 외연을 노동 시장으로 과감히 확장해야 한다.


3회 포스팅의 논의를 종합하면, 노동 시장의 경쟁은 단순히 노동자 개인의 권익 보호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인재가 혁신의 기회를 찾아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는 경제는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소비자 후생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노동자 후생'과 '공급자 경쟁'을 포괄하는 새로운 반독점 패러다임이 확립될 때, 비로소 시장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한국형 경쟁법의 미래는 이제 막 문을 연 노동 시장 반독점 집행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달려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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