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권위는 무엇일까?

라즈가 알려주는 ‘꼰대와 권위’의 차이

by 날개

'꼰대'라는 말은 원래는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청소년 세계의 은어였다고 하는데, 그 의미에 담긴 의미는 권위주의적인 태도("나이도 어린 게", "~밖에 안 되는 게 어디 감히")와 시대착오적 사고("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때는 말이야")를 가지고 타인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동시에 자기 기준을 강요하면서, 사실은 "그건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본인의 언행을 포장하는 특성을 보이는 인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정당하지 않은 '권위'(authority)를 강요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진정한 권위가 있으려면 어때야 할까? 가지고 있는 힘과 권력을 휘두르면서 사람들에게 복종을 강요한다고 과연 권위가 설까?


이에 관한 대답은 의외로 "권위 있는" 이스라엘의 법철학자 조셉 라즈(Joseph Raz, 1939-2022)가 '법'의 사실적 실체를 탐구하는 논증에서 목격된다. 그는 법과 도덕과 철저하게(hard) 분리하는 법실증주의자로서 H.L.A. 하트의 제자로 알려져 있는데,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관념을 깨고 철저하게 도덕과는 분리된 법의 본질을 바라보았다. Raymond Wacks 교수의 분석을 참고하자면, 라즈는 '법체계'의 정체성과 존재성을 효능(efficacy), 제도적 성격(institutional character), 출처(sources)를 참조하여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은 도덕적 가치에 따라 합법성이 좌우되지 않고 도덕적 내용과 완전히 분리된다. 라즈는 도덕성에 의존하지 않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 '자율성'(autonomous)을 강조하는데, 관습, 제도 등 사실적인 질문에 의해 법의 존재와 내용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이기 때문에 '원래' 지켜야 하는 도덕적 판단이 아니고 단지 '사실' 그 자체라는 것이다. 법은 도덕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에 모든 행동강령 보다 우선되는 궁극적인 '권위'의 원천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와 같이 라즈는 '사회적 명제'(social thesis; '법은 도덕적 고려 없이 사회적 사실로 식별가능하다')를 법의 본질로 가정한다. 법은 도덕적 근거를 초월하여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지는 사회적 실체라는 것이다. 그는 법을 준수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는 없다고 잘라 말하는데, 법은 사회적 실천을 통해 권위를 획득하므로 법의 도덕적 '권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법의 '권위'는 도덕적 이상이나 정의의 실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 '권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이를 실천하는 사회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쉽게 말하면, 꼰대이기에 권위가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말 존경하고 따를 만한 사람이어야 권위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런 실천적, 사회적 '권위'가 선 법은 사회를 구성하고 개인의 자율적인 삶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결국 사회에서 권위적 지위를 가진 제도인 법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지침을 주는 '권위자'인 것이다. 그래서 법의 권위가 서는 때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때보다 법에 따를 때 더 높은 자율성과 나은 선택을 가져오는 때'라는 것이다. 즉, 라즈는 법의 권위를 '정당한 권위'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법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더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라고 말한다.


이 관점은 우리 사회 전반을 꿰뚫는다. 정치권력이든, 정부든, 기업이든, 어른이든, 직장상사든, 선배든 간에... 그 권위가 "나의 자유를 더 잘 실현하도록 돕고 있는가?", "나의 자율성을 확장시키고 나에게 더 나은 선택을 가져오는가?", "이 말을 따르는 것이 내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가?"에 대하여 되물어야 하고, 권위를 세우고 싶은 사람의 자신의 언행을 셀프 미러링해야 한다. 만약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그 권위는 '꼰대질' 내지는 '꼰대말'로 치환된다. 법이든 사람이든 우리 행위의 원천이 되고 행동강령이 되는 진정한 권위의 상징을 우리는 어디서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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