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언어를 해체하라

'법'을 정면으로 저격하는 라캉과 데리다가 당긴 방아쇠

by 날개

특정 이념이나 사상체계를 거부하고 다원주의를 지향하며, 사회, 문화,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특징을 갖는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철학자에는 프랑스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미셸 푸코를 비롯해서, 오늘 살펴볼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81)과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는 그들 중 극히 일부다. 이들은 기존의 규범 체계에 대한 아주 심각하고도 급진적이면서 또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여,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Raymond Wacks 교수의 해체(解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여다본다.


라캉은 프로이트(Freud), 소쉬르(Saussre), 레비스트라우스(Levi-Strauss)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무의식'(unconscious)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무의식 속에서 지식(knowledge), 권력(power), 기관(agency), 욕망(desire)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담론을 만들어내는지 그 내부의 '작동 방식'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우리 인간은 스스로 말하는 내용을 통제하지 못하며, 오히려 언어의 구조는 사고와 '욕망'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 버린다. 그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인간 주체를 구분한 자아(ego), 초자아(superego), 무의식(unconscious)으로 분열된 인간 주체를 활용하는데, 언어로 표현되는 발언의 주체인 나 자신이 결코 진정으로 발언 주체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후 18개월 동안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신의 '표현'의 분열(disjunction) 경험하게 되며, 이후로는 영원히 둘은 이별하게 된다. 우리는 개인적·사회적 안정의 외관을 구축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고 지속될 수 없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하나의 주체는 분열되거나 탈중심화되는데, 결국 '무의식의 언어'가 모든 경험, 인식, 삶의 '중재자'(arbiter)가 된다고 한다. 즉, '정의'(justice)라는 개념은 라캉의 용어로 말하자면, '조화로운 공동체라는 달성 불가능한 욕망을 위장한 환상'(a fantasy that camouflaged the unattainable desire a harmonious community)이 된다.


데리다는 '해체'(deconstruction)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는 프랑스어 'différance'(차연)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는데, 기존의 '차이(différence)' 단어에서 'e'를 'a'으로 대체하여, '차이(differ, 다르다)'와 '연기(defer, 지연하다)'의 의미를 모두 담은 것이다. 두 단어들은 프랑스어 발음에서는 구분되지 않는데, 아무튼, 이 신조어는 계층적 대립 사이의 상호 의존성과 차이의 상태를 묘사한다. '차연'(Différance)은 이러한 고정된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의미가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지연되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 그는 또한,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소쉬르(Ferdinand de Sassure)의 기호학을 바탕으로, 사회적이고 체계적 측면의 언어 규칙의 구조인 '랑그'(langue)와 언어 공동체 구성원들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으로 행하는 말의 집합인 '파롤'(parole)을 구분한다. 전자는 다양한 기호들 간의 관계 체계로서 언어를 구성하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예컨대, ‘개'(dog)라는 단어는 생물체 그 자체를 가리키지 않지만, 우리는 '늪'(bog), ‘톱니바퀴'(cog), '안개'(fog)와 같은 유사한 발음 차이를 통해 무엇인지 이해한다. 그는 'dog'의 의미가 이러한 표상들 간의 차이 경쟁 속에서 발생하므로, 그 본질적 의미는 모든 표상들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무기한 '차연'(연기)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언어 기호의 의미는 끊임없이 다른 기호와의 차이를 통해 형성되고 이해되므로 무제한 지연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그 의미의 최종적인 실현은 영원히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하나의 기표(signifier; 기호의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음성, 글자 등과 같이 인지할 수 있는 물리적 형태를 의미)가 그 안에 다른 '기표'를 포함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언어를 ‘해체’하여야만 '안정성'(stability)이 달성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두 철학자에 따르면 법치(legality)는 비관적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은 욕망에 의해 조정받기 때문에 인간의 무의식은 예측불가능하고, 욕망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모여 조화롭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데리다에 따르면 언어로 만들어진 법은 그 의미가 매우 모호하여 해체가 필요하나 그 최종적인 의미를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엔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같다. 이는 인간과 언어의 완전한 해체를 통해, 기존에 존재한 규범 체계와 사회 구조를 완벽히 분해하여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던지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이에 대해 Wacks 교수는 라캉의 정신분석이나 데리다의 해체론이 법적 사상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단정하면서 건설적인 통찰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두 철학자는 인간과 언어의 본질에 대한 해체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경쟁법의 핵심에 있는 '정의'와 '규칙'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드는 데 힌트를 준다. 즉, 경쟁법이 목표하는 이상적인 '정의'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환상'일 수 있다는 점, 법의 뒤에 숨겨진 권력관계와 억압적 메커니즘, 그리고 인간의 복잡한 욕망의 상호 작용에 관한 이해와 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공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규제 환경에서는 법의 근본적인 불안정성, 인간의 다원성, 이해관계 등의 복잡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규제설계자는 인간의 욕망과 언어의 무의식적 구조에 초점을 맞춰 법의 합리성과 비합리성, 질서와 혼돈의 이중적인 측면을 모두 바라봐야 하고, 법의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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