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사 v Hercules 판사

'드워킨'의 통일된 법원칙을 가장 잘 묘사해 나갈 수 있는 자는?

by 날개

AI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리걸테크(legal tech)가 고도화되면서, 본격적인 AI 판사의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들려온다. 법령과 규범, 판례, 법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여기에서 패턴을 추출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그야말로 유례없는 유능한 '법기술자'의 출현이다. 그런데, 일찍이 미국의 철학자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 1931-2013)은 AI 판사와 유사한, '초인적 판사'(superhuman judge)를 상상했다. 그의 이름은 '허큘리스'(Hercules)! 허큘리스 판사는 무한한 지성과 인내심을 가진 존재로, 모든 규범과 선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여 논리적이고 도덕적인 통합성을 가진 최상의 판결을 내리는 초인이다. 그는 법 전체를 하나의 서사처럼 읽어내는 '통일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단순히 단편적, 기계적으로 법률을 사안에 적용하는 AI 수준과는 비교할 자가 아니다.


드워킨이 이러한 가상의 인물을 상정한 것은 통일된 법원칙(law as integrity)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Raymond Wacks 교수는 지적하는데, 그는 사법 기능을 문학 비평의 과정과 비교하면서, 판사는 법을 적극적으로 묘사하는(positive portrayal)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라고 강조한다. 즉, 허큘리스 판사의 사법적인 통합 기능 통해 우리 사회는 진정한 '정치 공동체'가 될 수 있고, 드워킨이 동경하는 '일관되고 정당한 법원칙의 결합체'인 이상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드워킨은 도덕적 정당성과 통일성을 가진 법 적용을 통해 '법치'(legality)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판결의 객관성 및 신속성 제고, 방대한 사건 기록 및 법률 자료 처리 효율 증대 등의 측면에서는 인간을 월등하게 초월하는 능력을 갖는다. 그런데 문제는 법이란 것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해석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법을 통합적으로 일관되게 이해하고 적용한다는 것은, 사회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집단적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것은 역사적 맥락, 도덕적 직관, 정의에 대한 통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분명 AI의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의 가치 평가의 영역에서 법으로서의 통일되고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도덕적 상상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이다.


특히, 경쟁법이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정당성은 인간 사회와 경제 영역에서의 특유한 가치 판단 속에서만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시장의 효율성, 소비자 후생에 대한 효과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서는 혜안이 요구된다. 즉, '공정성'과 사회 정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통합적인 모습을 그려나가려면, 우리 사회의 헌법적 가치와 경제질서, 경제 민주주의, 경제력 집중의 문제, 다양한 사회 현상의 이해, 각 경제주체 간의 갈등과 신뢰 회복 과정과 이해관계 조율 등 통합적이고 일관적인 서사 속에서 해당 규범을 해석할 식견과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영웅인 초인적인 '허큘리스'를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디지털 시대 지적재산권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