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기술의 '독점'에 대한 의문
지난번 19~21의 3회에 걸친 시리즈 포스팅에서는, 미국 미디어 시장의 규제 역사를 중심으로, 인터넷의 등장과 '자유'를 중시한 규제의 무관심이 혁신을 만들어 낸 혁신에 관하여 살펴보았고, 그 전의 한 포스팅에서는 빅데이터가 과연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바가 있다. 그것의 연장선 상에서, 에드워드 화이트(G. Edward White) 교수의 저서 "American Legal History"를 통해 이번에는 미국의 현대 재산권의 법리(jurisprudence of property rights)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시대 지적재산권의 "권리"로서의 실체와 위상을 들여다본다.
White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사상의 주된 기조는 '규제 없는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나, 미국 대법원은 사유재산에 대한 규제개입에 관하여 수용적이고 관대한 태도를 여전히 유지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1970년대부터 20세기말까지 그대로 지속되었다. 한편, 디지털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재산권의 범주(category)가 확장되었는데, 특히, 기존의 전통적인 지적재산권인 특허·저작권·상표·영업비밀 등에 있어 그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의회와 법원은 기존 법률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 고심했다. 대법원은 1984년에 '영업비밀'(trade secret)이 수정헌법 제5조 보상 조항(사유재산의 공적 수용 시 정당한 보상권의 보장)에 따라 '재산'(property)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으나, '특허'(patent)에도 이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한편, 특허출원 절차를 감독하는 연방순회항소법원(the 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은 기존 특허의 보호 범위를 확대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결정이 '경쟁'과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신규 특허 등록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저작권 보호도 점점 더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데, 1998년 의회는 기존 저작권의 보호 기간을 저작자 사망 후 70년으로 연장했고, 대법원은 해당 입법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같이 새로운 기술환경에 대한 미국 사법당국의 법적용은 일관되고 명확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일견 보이는데, White 교수는 인터넷 시장에 대한 규제대응이 어려운 세 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첫째로 규제의 장벽으로는 국가 및 주(States)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재산권 시장에서 규제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로 시장참여자들이 익명으로 정보를 게시하기 쉽다는 점, 마지막으로 게시물 내용이 변경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그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인터넷의 성장에 "규제"라는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디지털 시대의 주요 잠재적 무형자산의 원천인 '지적재산권'이 법적인 "권리"로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인터넷에서 통신할 수 있는 범위나 내용을 제한할 수도 없게 된 환경이 조성됐다. 그는 오히려 인터넷 기반 기업에 대한 대부분의 '보호'는 "기술"을 통해 확보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기업가들이 스스로 경쟁사들이 자신의 혁신을 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적 장벽을 구축함으로써, 디지털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창출해 냈다고 평가한다. 요컨대, 핵심은 디지털 시대에서 '지적재산'의 대규모 성장은 오히려 대체로 규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19세기의 재산권은 '사적소유'와 '자유'가 그 요체였지만, 20세기 들어와서 개인의 소유권 보장을 넘어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권리와 의무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미 대법원이 지적재산권의 보호의 범위가 비대해지고 너무 강조되면 이로 인해 오히려 '경쟁'과 '혁신'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한 것이나, 지적재산권이 권리행사 방법으로서 직면한 제한적인 환경, 관계당국이 '규제'로 대응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결과적으로는 미국 특유의 디지털 '혁신'의 토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덧붙이면, '지식'과 '기술'의 독점이 기술진화와 혁신 등 사회후생과 발전에 미치는 효과가 항상 부정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인간의 지적인 산물을 "재산권"으로 보호하는 목적은 창작자의 창작·연구 활동을 장려하여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지적재산권의 배타적 권리의 행사는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그 남용행위가 과도한 독점을 야기하는 경쟁제한적 행위로 판단될 수 있거나, 불공정한 행위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경쟁법이 나설 여지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제117조에서는 저작권법,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에 따른 무체재산권의 행사행위가 ‘정당한 행사’ 일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하지 않은 권리 남용행위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이 나서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결국, 독점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 주는 지적재산권법과 독점을 '규제'하는 경쟁법은 긴장관계에 있고, 둘 관계를 어느 선에서 적정하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법철학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Posner 말대로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인지, John Rawls 말대로 공정성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를 Habermas의 공론장에서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거쳐, Hart가 말했듯 규칙의 시스템인 법체계를 통해 살아 있는 해석으로써,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