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의 독점이 플랫폼의 병목으로 진화하는 과정
니치(Niche)라는 단어는 본래 대형 건축물의 벽면을 움푹하게 파내어 기물이나 상을 배치하던 공간을 의미한다. 이를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한 니치 마켓은 대중적인 시장의 외곽에 존재하는 좁고 특수한 수요층을 공략하는 틈새시장을 일컫는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주류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차별화를 극대화함으로써 독자적인 생존 영역을 구축하는 전략적 거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장은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고 수익성이 낮아 보일 수 있으나, 특정 취향이나 필요를 가진 소비자와의 강력한 결속을 바탕으로 외부의 진입 장벽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결국 니치는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 가치에 집중함으로써 형성되는 고유한 경제 단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니치 마켓의 개념은 경쟁법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관련 시장의 획정'과 '시장 지배적 지위'를 판단하는 정교한 잣대로 변모한다. 경쟁당국은 특정 사업자의 독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상품의 대체 가능성을 검토하는데, 이때 니치 마켓은 시장의 범위를 극도로 좁게 정의하는 근거가 된다. 만약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으로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지녀 소비자 집단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탈하지 않는다면, 당국은 해당 니치 마켓을 독립된 하나의 관련 시장으로 확정한다. 이 경우 전체 산업 내에서의 점유율이 극히 낮더라도 좁게 획정된 니치 마켓 내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강력한 행위 규제와 감시의 대상이 된다. 즉, 니치는 경쟁법상 규제의 현미경이 집중되는 초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시장에서의 니치와 현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니치는 그 형성 기제와 영향력 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전통적 시장에서의 니치는 주로 상품의 물리적 기능이나 소비자의 주관적 선호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특수 교정화나 고가 악기 시장처럼 상품 그 자체의 특수성이 수요를 고립시키는 구조다. 여기서는 공급자가 가격을 부당하게 올릴 경우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반 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반면 플랫폼 시장에서의 니치는 상품의 기능보다는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의 비가역성에 기반한다. 특정 운영체제나 메신저, 결제 시스템 같은 플랫폼 내부의 니치 영역은 이용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순간 기존에 축적된 네트워크 자산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강제성을 띄게 된다.
여기서 플랫폼 시장 특유의 '인질 효과(Lock-in Effect)'와 '병목(Bottleneck)' 현상이 발생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다면 시장의 특성을 지니므로, 한쪽 이용자 집단이 특정 기능에 고착되는 순간 반대편의 판매자나 개발자에게 해당 플랫폼은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유일한 관문이 된다. 전체 상거래 시장에서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지 않더라도, 특정 이용자층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가 해당 플랫폼뿐이라면 이는 대체 불가능한 병목 지점이 된다. 이러한 병목은 플랫폼 운영자가 시장 내에서 심판과 선수를 겸하며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경쟁자를 배제할 수 있는 막강한 지배력을 부여한다. 이때의 니치는 단순히 선택받은 틈새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흐름을 통제하는 전략적 급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경쟁법 체계가 고수해 온 시장 점유율 중심의 규제 방식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통적인 규제 체계는 관련 시장의 총 매출액 대비 점유율이 일정 임계점을 넘었을 때 지배력을 인정하지만, 플랫폼 시장의 니치 영역에서는 점유율 수치가 실제 영향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다. 점유율이 낮더라도 해당 경로의 대체 불가능성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사업자는 이미 시장 전체의 경쟁 질서를 왜곡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유율이라는 사후적 지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플랫폼의 독주를 적기에 제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국에서는 시장 지배력의 판단 기준을 점유율에서 '영향력'과 '병목 지위'로 전환하는 별도의 지정 기준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에서 정의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나 각국에서 논의되는 플랫폼 특별법상의 '지정 사업자' 개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점유율이라는 외형적 지표 대신 이용자 수, 매출 규모, 생태계 내에서의 중개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체 불가능한 임계점을 확보한 사업자를 사전에 규정한다. 이러한 입법적 시도는 니치 마켓이 갖는 구조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사후적 행위 규제에서 사전적 지위 관리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