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적 경계선에서

by 날개

인간의 존재는 다른 인간이라는 거울을 통해 비로소 형상을 얻는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재확인되는 소속감은 실존을 확인하는 본질적인 도구이다. 그러나 실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관계에 대한 귀속 의지는 역설적으로 인간을 불안의 궤도 안으로 인도한다. 어떤 집단이나 관계에 완전하게 통합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그 경계선에 머무는 이방인이며, 그들, 어쩌면 우리 대부분에게 삶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의미를 증명해야 하는 투쟁의 장이 된다.


이는 카프카적 세계관과 궤를 같이한다. 명확한 의도 없이 불투명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개인에게, 관계의 창설과 유지는 곧 존재의 확인을 위한 필사적인 시도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구속과 집착을 불러오고 존재는 족쇄에 갇히게 된다. 개인 간의 결속에서부터 복잡한 조직적 결합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대의 형식은 결핍을 메우기 위한 보상 기제이자 경계선 위에서 부유하는 자들이 구축한 존재에 대한 갈망이다.


그러나 결합과 해체, 만남과 이별, 유입과 이탈이라는 양면적 행위는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자아의 본질을 가리는 또 다른 경계선들로 작동할 뿐이다. 정체성을 타자의 시선과 관계의 유지에 의존하는 한, 그 투쟁은 결코 종결될 수 없는 무한 반복의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결국 인간이 도달하는 지점은 경계선이다. 모든 것을 단번에 결정짓고 종결하기보다, 그 모호한 외줄 위에서 답을 유예한 채 위태롭게 머무는 것, 카프카스러운 방치는 삶의 본질과 가장 가까울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도달할 수 없는 성(城)을 향해 끊임없는 기다림을 이어가는 과정과도 같다. 경계선에서 위태롭게 머무는 것, 그것이 곧 우리 이방인의 실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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