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유부남의 실체에 관하여

by 날개

인간의 심리는 때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그중 가장 기괴한 풍경은 집 안에서 경제적 주도권과 개인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이른바 '설거지론'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유부남들이, 문밖에서 미혼남들을 향해 내비치는 묘한 우월감이다. 그들은 퇴근 후 편의점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자유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족쇄를 차지 않은 이들을 향해 '인생의 낙제자'를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진다. 이 모순적인 태도는 사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방어기제의 산물이다.


그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라기보다, 사회가 설계한 '인생 배치표'의 필수 관문을 통과했다는 증명서와 같다. 비혼남이 아무리 여유로운 자산과 자유를 누려도, 유부남의 눈에는 그저 '결과 발표 명단에 이름이 없는 미응시자' 혹은 '입시 실패자'로 보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아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 자체를 사회적 합격으로 등치 시키는 순간, 그들은 집 안에서의 비참한 처우를 '합격자의 당연한 세금' 정도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한다. 정규 궤도에 올랐다는 안도감은 그들이 가진 유일한 정신 승리의 도구다.


이 기만적인 우월감은 '어른의 무게'라는 숭고한 서사로 덧칠해진다. 그들은 흔히 "고생을 해봐야 진짜 남자가 된다"는 논리를 설파한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고충은 고귀한 희생이라기보다, 하향 지원이라는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피로한 생존 투쟁에 가깝다. 집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사는 비굴함을 '가족을 위한 헌신'이라는 영웅적 서사로 치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 난이도가 너무나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를 만끽하는 미혼남들을 '책임감 없는 철부지'로 정의하며 자신의 족쇄를 훈장처럼 흔들어댄다.


결국 이들의 권유와 훈수는 '불행의 평준화'를 위한 은밀한 영업 활동이다. 혼자만 이 지옥 같은 시스템에 갇혀 살기 억울하다는 본능적인 물귀신 작전인 셈이다. 자신들의 삶이 지옥임을 직시하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기에, 그들은 동료 수감자를 늘려 이 수용소 생활이 정상적인 것임을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한다. 안정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들의 안착은, 사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절망의 다른 이름이다.


시스템의 노예가 된 이들이 느끼는 자부심은 연민의 대상일 뿐,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진짜 우월함은 타인의 시선에 맞춘 배치표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장악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퇴근길 차 안에서 핸들을 잡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라. 그들이 밖에서 내뱉는 호기로운 조언들은 사실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포로의 마지막 단발마(斷末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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