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뒤의 청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은 외면만큼 아름답지 못했다. 금연단속원이라는 직함을 달고도 본연의 책무는 대강대강 뒤로한 채 꽃 사진을 찍으며 소일을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속의 대상인 흡연자들이 옆에 있어도 모른 척 지나치며 그저 시간만 때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는, 공적 책임감마저 사적인 유흥 뒤로 밀려나 있음을 방증한다. 대충대충 겉치레만 유지하면 된다는 이 기만적인 안일함이 공동체의 질서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기강을 안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다.
그 부실한 기강 위에서 목격되는 시민들의 모습은 기본적 예의조차 상실한 채 오직 자기중심적 욕망에만 충실하다. 지하철 문이 열리기 무섭게 줄 서 있던 이들을 밀치고 뛰어드는 저급한 조급함, 타인의 뒤꿈치를 밟으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이 추격하듯 걷는 무례함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인도 위의 자전거와 횡단보도의 차량 역시 보행자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1초를 먼저 앞세우며 위협을 가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을 가로막고 서서 ‘한번 내려보라’는 듯 버티는 기괴한 비매너를 마주하다 보면, 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배려는커녕 타인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듯한 이러한 행태는 우리를 그저 생존에만 급급한 파편화된 개체들로 전락시킨다.
이토록 여유 없는 삶과 그로 인한 참담한 풍경의 원인은 결국 타인과의 공존보다 눈앞의 효율과 이기적 성취만을 정답이라 믿어온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치관에 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야 한다는 강박이 예의와 상식이라는 인격의 기본값을 말살해 버린 것이다. 맑고 높은 하늘이 무색할 만큼 척박한 인간사를 목격하는 것은 지독하게 불행한 일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서로를 짓밟고 추월하며 이 피로한 질주를 계속해야 하는가. 이제는 제발 그 맹목적인 속도를 멈추고,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을 되찾아야 한다. 타인을 향한 작은 배려가 곧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저 비겁하고 조급한 자들의 각축장으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