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그럴싸하게 설계된 '자기 전시의 무대'에 가깝다. 이곳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은 일상의 평범한 파편들을 가져와 그 위에 철학적 수사와 은유와 비유라는 분칠을 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한 사유의 깊이가 아니라, 자신의 고뇌가 얼마나 '지적으로 우아해 보이는가'에 있다. 이른바 '브런치 감성'이라 불리는 정제된 문체와 감각적인 레이아웃은, 본질 없는 빈곤한 사유를 그럴듯한 통찰로 둔갑시키는 미장센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들은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지적 경지를 문장으로 흉내 내며, 스스로가 깨어 있는 지성인이라는 환상을 유포하고 과시하기도 한다.
이 기만적인 연극을 완성하는 것은 독자들의 세련된 허영심이다. 브런치의 독자들은 텍스트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그 글이 주는 '지적 분위기'를 소비하는 데 열중한다. 포장된 문장을 탐독하며 얻는 가짜 충족감은 자신이 대중적인 매체와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 높은 수용자라는 착각을 강화한다. 작가가 던진 공허한 수사들에 열광하며 '라이킷'을 누르는 행위는, 글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안목을 외부에 증명하려는 사회적 신호(Social Signaling)에 불과하다. 결국 브런치는 작가의 과시욕과 독자의 허영심이 만나 서로의 자아를 비대하게 불려주는 기묘한 공생의 장이 된다.
결국 지적 과시가 지배하는 공간에서 진정한 통찰은 실종된다. 모두가 근사한 통찰력을 가진 '작가'가 되길 갈망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이들은 드물다. 포장된 용어와 현학적인 문장 뒤로 숨어버린 자아는 대중의 인정이라는 '도파민'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가공하고 편집한다. 사유는 얕아지고 포장은 화려해지는 이 ‘지적 인플레이션’의 현장 속에서, 브런치는 현대인의 고질적인 인정 욕구와 지적 허세가 결합한 가장 우아한 형태의 분장실이 되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날카로운 진실이 아니라, 각자의 허영이 빚어낸 매끄러운 환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