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을 했는가, 쇼핑을 했는가?
인류가 발명한 제도 중 결혼만큼 숭고하게 포장된 거래는 없다. 우리는 결혼을 '사랑의 결실'이라 부르며 축복하지만, 그 화려한 예식의 장막을 걷어내면 그곳엔 치밀하게 계산된 손익계산서가 놓여 있다. 현대의 결혼은 영혼의 단짝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해 줄 파트너를 낙찰받는 ‘지적이고 우아한 쇼핑’에 가깝다.
결혼 정보 회사가 제시하는 등급표는 이 비즈니스의 냉혹한 규격이다. 학벌, 연봉, 부모의 노후 대책이라는 지표들은 인간의 인격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시장에서 통용되는 상품의 사양(Specification)으로 치환된다. 우리는 상대의 성품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아파트 입지 및 평수와 직장의 네임밸류를 견주어본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부차적인 매개체이거나, 혹은 이 노골적인 계산기를 가려주는 세련된 알리바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 비즈니스의 잔혹함은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서로의 노동력과 자원을 저인망식으로 훑는 데 있다. 남성은 경제적 부양의 책임을 지는 대가로 가정 내의 기득권과 돌봄을 요구하고, 여성은 자신의 사회적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경제적 안보를 보장받으려 한다. 이는 정서적 유대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자본의 결합이며, 각자의 결핍을 타인의 자원으로 메우려는 이기적인 합의다. 우리는 평생을 약속하며 반지를 교환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효용 가치가 다하는 날을 두려워하며 끊임없이 상대의 생산성을 검열한다.
결국, 낭만이 거세된 결혼 시장에서 남는 것은 가성비에 대한 집착뿐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하는 입술 뒤로는 '손해 보지 않으려는 본능'이 번뜩인다. 우리가 예식장에서 흘리는 눈물은 진심 어린 감동일까, 아니면 이 거대한 계약이 주는 중압감과 안도감의 교차일까. 사랑을 쇼핑하듯 소비하는 시대, 당신이 선택한 그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채워줄 동반자인가, 아니면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줄 가장 값비싼 전유물인가. 이제는 값비싼 포장지를 걷어내고 이 잔혹한 비즈니스의 실체를 정직하게 응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