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척하지 마라, 차라리 솔직하고 천박하게 살자

by 날개

우리는 모두 속물이다. 입으로는 고귀한 가치를 읊조리고 손으로는 정의로운 문장을 타이핑하지만, 눈은 끊임없이 타인의 지갑과 서열을 훑는다. 이 지독한 기만극의 관객이자 배우인 우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은 사실 진실이 아니다. 내가 이토록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비겁한 인정 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그만 ‘정의로운 척’하는 피곤한 가면극을 끝낼 때가 됐다.


숭고한 척하는 위선자들의 말로는 언제나 비릿하다. 타인의 불행에 눈물짓는 척하면서도 내 주식 창의 파란불에 더 처절하게 절망하고, 인권을 부르짖으면서도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엔 파시스트적인 공포를 느낀다. 이 모순을 가리기 위해 우리는 더 화려한 수식어를 찾고, 더 고상한 척을 하며 스스로를 속인다. 하지만 기억하라. 가공된 도덕은 결코 당신의 공허한 자아를 채워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가식의 무게가 당신의 영혼을 더 천박하게 짓누를 뿐이다.


그러니 차라리 선언하자. 나는 속물이고, 나는 인정에 굶주렸으며,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 안달 난 인간이라고. 이 솔직한 천박함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지점이다. ‘척’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된다.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값싼 마약에 취해 남을 심판하는 대신, 자신의 욕망을 투명하게 응시하고 그것을 긍정하는 것. 그것이 위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던질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저항이다.


브런치라는 우아한 분장실의 조명을 꺼라. 그리고 화장을 지운 민낯으로 서로를 마주하자. 우리가 공유해야 할 것은 정제된 통찰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추악한 진실이다. 정의의 사도라는 지루한 역할을 집어치우고, 가장 솔직하고 천박한 모습으로 이 생존 게임을 즐겨라. 그게 위선적인 성자로 남는 것보다 훨씬 인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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