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요지] 「공정거래법」은 본래 사후규제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과 혁신을 존중하는 법이다. 그런데 ‘공정성’이라는 명분으로 체계적이지 않은 사전규제가 도입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침해와 규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규제가 사전에 경쟁에 미치는 효과가 불분명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경쟁정책의 통일성이 무너지고, 그 피해는 국민경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글은 "법무사지" 2025년 10월호(vol. 700)에 실린 필자의 글을 옮겨 놓은 것으로, 편의상 각주는 본문에 포함시키거나 과감히 생략하였음]
1. 「공정거래법」과 최근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충돌과 중복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우리나라 경쟁법(competition law)의 기본법이다. 국민 경제에 국가가 개입하여 자유롭고 공정한(Fair) 경쟁이 가능한 시장질서와 구조를 마련하는 것을 사명으로 태어났다.
헌법이 낳은 1981년생, 올해로 만 44세가 된 중년의 법률로서, 모든 산업 부문과 경제주체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일반법이며, 기업 등의 경제주체가 이미 저지른 특정 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 받는다는 점에서 사후규제(ex-post regulation)의 성격을 갖는다.
즉, 「공정거래법」은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영역에서는 최고의 법률이며, 그 집행을 위한 기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있다.
한편, 2025.8.1.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은 1,863건에 이르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헌법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중 특히 산업경제를 규율하는 법은 각 산업이 상호 의존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매우 복잡한 규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만큼 그 목적 또한 제각각으로 다양하다. 어떤 법은 특정 산업을 촉진·진흥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또 다른 법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거나 혹은 양자를 함께 규율하기도 한다.
특정 산업규제의 내용에는 산업진흥이나 기술혁신의 촉진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과 유사하게 공정한 ‘경쟁’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내용과 중복되거나 포섭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상충하거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전통적으로는 전력, 방송·통신, 금융 분야가 대표적인 산업규제 영역이었으나,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전기통신사업법」, 「전자상거래법」 등 기존 법률뿐 아니라, 수년째 입법논의만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법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 등에서도 갈등, 충돌, 중복 적용과 적용 제외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2. 헌법 아래 경쟁법과 산업규제의 동거 원칙
우리 경제헌법 안에는 자유시장, 경제민주화, 균형발전 등 다원적인 가치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 구조 아래에서 산업규제는 시장과 경쟁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이는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정책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유럽연합(EU)의 사례와는 구별된다.
대한민국 헌법이라는 같은 집 안에서 경쟁규제와 산업규제가 사이좋게 동거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 경쟁규제가 앞서고, 언제 산업규제가 물러나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애초에 법률 설계가 양립 불가능하게 되어 있거나, 사건이 생길 때마다 해석이 뒤엉킨다면 비효율과 잡음은 불가피하다. 그 결과는 곧 사회적 피로와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한 동거를 위해서는 동등한 법률 사이라고 하더라도 각자가 맡은 역할에서 서열과 우선순위가 분명히 정해져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경제헌법의 구현 수단으로 기능하는 일반법이므로, 경쟁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는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산업규제가 사전적으로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경쟁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법체계의 명확성과 충돌 해소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과 산업규제 법률 간 역할 분담과 적용 기준에 대해 예측 가능하고 논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를 실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경제헌법의 질서 아래 각 법률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확하고 타당한 로직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3. 불공정행위,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중규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이외에도 경쟁자나 거래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는 광범위한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금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 법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미국의 「FTC법」 제5조를 계수한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의 '불공정한 거래방법 금지 조항'이 전범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과 같은 산업규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와 중첩적·경쟁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행 중인 법률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대표적 산업규제로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있으며, 그 외 유통플랫폼에는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이,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약관법」, 「표시광고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적용된다. 이 밖에도 플랫폼의 업종, 산업 분야, 지배구조에 따라 다양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율 대상으로 보는 해석은 실무와 집행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 근거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인터넷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서비스는 모두 동 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부가통신사업은 말 그대로 ‘VAN(value-added network)’을 의미한다. VAN은 컴퓨터와 단말기를 연결해 통신처리와 정보처리를 결합함으로써 정보의 변환·축적·가공처리 등 부가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을 부가통신사업으로 간주하는 것은 본래 개념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즉, 전송(송수신)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플랫폼을 부가통신사업자로 보는 관행은 법체계적으로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정책적 타당성도 부족하고, 통신과 본질적으로 다른 정보서비스를 통신 규제에 억지로 끼워 넣음으로써 발생된 문제를 하위 행정입법 등으로 적용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보완해 온 결과, 실질적 부작용은 줄었을지언정 법체계의 혼란은 오히려 가중되었다는 것이다(박상철 교수).
이러한 지적은 법 설계의 전체적인 체계성에 대한 숙고 없이, 사상누각처럼 입법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의 안타까운 규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파편화된 규제가 계속해서 삽입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요행위 금지 조항(동법 제50조)이 그러하다. 이는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와 중복되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역시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동법 제54조에서 「공정거래법」과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밝히며, 사업자가 해당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경우, 동일한 행위에 대해 동일한 사유로 다시 「공정거래법」 상의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 덕분에 당장의 혼란은 피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애초에 이 법률들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해 체계적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분야별,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별로 제·개정과 보완이 이뤄져 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전기통신사업법」의 정부 주무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임).
4. 중복규제 해소와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 해석
이처럼 유사한 규제가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거나 「공정거래법」과의 관계 설정이 모호한 경우, 적용상의 우선순위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중복·과잉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진다.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이슈 등 외부 압력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 입법 과정에서 기존 산업규제와의 관계 설정은 더욱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제안된 여러 법안에는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조항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을 보완하는 취지를 밝히며 이를 우선 적용한다고 규정하거나, 「공정거래법」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적용에서 배제한다는, ‘적용제외’ 유형의 관계설정을 보이는 반면, 또 다른 법안은 오히려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중복규제를 사실상 선언하기도 한다.
대체로 이러한 조항들은 「공정거래법」 자체의 적용을 완전히 배제한다기보다 동일 행위에 대한 이중처벌(double jeopardy)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에 따른 시정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른 제재를 자유롭게 내릴 수 있는지, 또는 반대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조치가 먼저 내려진 경우에도 다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상의 제재가 가능한지 등 해석상 불명확함은 여전하다.
나아가 법 집행 과정에서 관련 법령의 규제 기준이 모순되거나 불일치한다면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과 같은 산업별 규제를 입법할 때에는 일반 경쟁법인 「공정거래법」 및 기존 규제법령과의 정합성을 정밀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처별 집행 단계에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편, 산업규제법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역시 다른 법률과의 중복규제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제외(exemption) 조항과 해석 이론을 갖추고 있다. 즉, 동법 제116조에서는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규제법이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에는 그 효과와 범위가 분명하지만, 명시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제116조 해석을 통해 묵시적 적용제외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한다는 것은 자유경쟁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특정 법률의 목적과 이념도 고려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질서의 기본법인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이념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며,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이호영 교수는 제116조가 우리 법체계에서 묵시적 적용제외의 한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지적한다. 즉, 명시적인 적용제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을 억제하는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한다고 비유한 것이다.
5. 경쟁 규제는 「공정거래법」에, 산업규제는 신중하게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목적은 대체로 공룡 플랫폼의 독과점 억제, 불공정 행위 금지, 이용자(소비자) 보호 등에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헌법이 위임한 경제 질서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두 법이 사이좋게 동거하려면, 서로의 관계에 대한 명료한 원칙 설정이 중요하다.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 조항 및 각 법률의 타 법률과의 관계 조항 등을 통해 각 법률은 최소한 그 충돌을 피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용상으로 공정한 경쟁과 관련된 조항을 체계 없이 산업규제에 삽입하거나 산업규제에서 손쉽게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이 위임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은 소비자 후생과 공정성 등 궁극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데 최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경쟁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전문가다. 물론 산업규제 입법 단계에서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는 형식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한 산업에 걸친 동태적인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시장구조적인 생태계를 평가해야 하지만, 산업규제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규제로 인한 시장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규제에서 경쟁법적 사전규제에는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공정거래법」은 본래 사후규제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과 혁신을 존중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경쟁의 공정성’이라는 명분 아래 체계적이지 않은 사전규제를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해 온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고, 규제 목적의 중복뿐 아니라 규제 수단의 혼선도 야기할 수 있다.
산업규제법이 경쟁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법 고유의 절차와 판단기준과는 별도로, 산업규제에서 사전에 경쟁에 미치는 효과가 불분명한 특정 행위를 아예 금지해 버린다면, 전체적인 국민경제 차원에서 경쟁에 대한 정책의 통일성 있는 해석과 집행이 불가능하게 되고, 그 결과로 인한 혼선과 피해는 국민경제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