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불완전한 진화
상법에서 '자기거래'(self-dealing)라는 것은 특정회사가 그 회사의 이사(주주총회에서 선임되어 등기된 자) 또는 주요주주(10% 이상 소유주주 혹은 '오너')와 거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사 등이 직접 거래 당사자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사의 친척과 회사 간의 거래, 같은 사람이 양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을 때 양 회사 간의 거래,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거래 등과 같은 간접적인 거래도 규제 대상의 자기거래에 포함된다.
이러한 자기거래를 상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이사 등이 자기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를 불공정하게 취급하여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자기의 이익을 취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이사 등이 자신의 이익추구를 위한 거래를 통하여, 다른 주주들의 배당기회를 침해하거나, 회사채권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키거나 탈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특정 거래에 이해관계있는 이사 등을 해당 거래와 관련된 이사회에서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거나, 불공정한 자기거래는 비록 이사회에 의하여 승인되었더라도 해당 거래를 취소 또는 무효로 할 수 있는 사전·사후적 통제가 필요할 수 있다.
상법은 일반회사에 모두 적용되는 제398조와, 상장회사에만 적용되는 제542조의9조를 통하여 이러한 자기거래를 규제하고 있는데, 두 규정은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과 2011년 상법의 개정으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상장기업에 있어서는 적용범위와 대상이 중첩된다. 특히 다수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는 기업집단 내의 거래에서는 혼란의 여지가 있어서, 입법적인 통합을 통하여 양 규정의 적용대상의 정합성, 포섭범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만하다(정준우 교수). 이러한 규제의 날림공사는, 2000년대 들어와 IMF 외환위기로 초래된 환경의 변화는 혁명적인 제도 변화를 수반하였고 1년에도 몇 차례씩 상장회사 지배구조와 관련되어 상법 및 증권거래법의 개정이 이루어지는 등 격변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따른 대·내외적 투명성의 개선 요구가 “자기거래”의 규제 강화의 의지로서 양 조문으로 표현되어 지금까지 그래도 이어져오고 있다.
상법 제398조는 2011. 4. 14.자로 개정되어 그로부터 1년 후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의 상법이 1962년 제정된 이후로 본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어 오다가 제정 이래 처음으로 개정된 것이다. 제정 상법에서 동조항은 이사는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원칙적으로 회사와의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간략하게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사와 회사와의 이해관계 충돌의 경우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이에 대한 엄격한 절차와 요건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개정 조항은 승인 대상거래를 이사 본인뿐만 아니라 주요 주주, 그들의 특별이해관계인(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이사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그들의 지분을 가진 회사 등)과의 거래까지 확대함과 동시에 이사회 승인요건은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거래의 내용이 공정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하였다. 이로써, 이사나 이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가 자기거래를 통하여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 방지를 그 목표로 한다.
상장사 특례인 상법 제542조의9는 일반 조항인 제398조를 앞질러서 급히 상법에 편입된 입법사를 가지고 있다. 제398조는 2011년 개정 전에는 그 제한되는 거래대상이 '이사'에만 한정되어 있어서, 주요주주 등 특별이해관계인과의 거래 등도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구 증권거래법에서는 상장회사에 있어서 자기거래의 불공정한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하여 제191조의19를 신설하여 주요 주주 등의 특별이해관계인과 회사의 거래를 규제하였다. 이후 구 증권거래법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법령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약칭 ‘자본시장법’)으로 통합 시행되면서, 상장회사의 특례규정 중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정들이 상법으로 일원화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상법 제542조의9는 2009. 1. 30.자로 신설되어 같은 해 2. 4.자로 시행되었다. 주요주주 등 특별이해관계인에 관한 거래 제한 규정이 2011년 개정 상법의 자기거래(제398조) 알반 규정개정에 앞서 상장회사에 먼저 적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제542조의9의 내용은, 주요주주 등 특수관계인을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하여 신용공여의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일정한 규모의 거래에 있어서는 이사회 승인을 받거나 사후에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허용하되, 약관 등에 의하여 정형화된 거래나 이사회의 한도승인을 받은 일정거래에 대하여는 이를 면제한다. 한편, 제398조는 벌칙조항이 없는데 반해,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624조의2).
이러한 자기거래를 규제하는 것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전면적으로 완전히 금지시키는 것보다는 기업의 효율성 등을 제고하기 위하여 자기거래가 불가피하거나 이해상충의 염려가 없는 거래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 판단인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에서 일어나는 지분 관계와 이해관계 충돌의 사실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단한 경우가 태반임에도, 상법의 자기거래 규제는 매우 포괄적이고, 해석상·적용상의 불명확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많은 논란의 여지를 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에서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과의 거래가 다양한 형태로 공시되고, 특히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에 관하여는 대규모거래 이사회 및 공시(공정거래법 제26조)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 뭔가 체계적이지 않고, 담당부처별로 따로 노는 우리나라 특유의 체계적이지 않은 '감정적인' 규제 현실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