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의 나는 아무런 꿈이 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았고 즐기는 것이 좋아서 매일 술을 먹고 취해 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에 소중한 시간을 바닥에 흘려보냈다. 그리고 하루하루 목표 없이 그저 남들이 걸어갔던 길을 뒤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갔고 졸업을 앞두게 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다가오는 졸업에 나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원서를 닥치는 대로 넣었고 시험이 겹치지 않는 날이면 어디든 시험을 치러갔다. 하지만 결과는 전부 실패였다. 시간이 갈수록 합격 소식을 전해 오는 동기들이 많아졌고 불안해졌다. 자신감을 잃었다. 결국 도피처로 대학원을 생각하였고 이렇게 또 한 번 인생으로부터 도망을 준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중 우연히 인턴사원 모집을 보게 되었다. 남겨진 마지막 기회였다. 그 당시 혼자 남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취업이 간절했다. 시험 치기 전에 나눠 주는 초콜릿을 먹지 않으면 합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을 정도였다. 머라도 붙잡고 싶었기에 시험장에서 받은 초콜릿을 발표가 나는 그날까지도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 정규직으로 꿈에 그리던 입사를 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회사, 꿈에 그리던 자리에 앉게 되었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열정에 가득 차 있었다.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신입사원에겐 특별한 기대는 없다. 그냥 눈치가 있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솔직히 바쁘기 때문에 처음엔 그마저도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신입사원의 하루는 모니터로 시작해서 모니터로 끝난다. 종일 앉아 모니터만 쳐다보다가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팀에서 내 몫을 하고 싶었다. 외로웠다. 팀에서 혼자 동 떨어진 느낌이었다. 섞이고 싶었고 팀의 당당한 일원이길 바랬다. 그렇게 3주가 흘렀다. 더 이상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임원부터 선배까지 부서원 전체에게 이제 나도 일을 할 수 있으니 일을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썼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업무 지식수준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이 메일의 발신을 누르기까지는 약간의 고민이 있긴 하였다. 하지만 결국엔 실행에 옮겼고 그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 일화는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이 오고 회식자리가 되면 회자되곤 한다. 부끄럽다고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때를 후회하진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 하여도 발신 버튼을 누를 것 같다.
지금의 회사 생활이 남들보다 특별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빠르진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작성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