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점심시간에 이번에 퇴사하시는 위원님 얘기가 나왔다.
어떤 이유로 퇴사를 결정하셨는지
퇴사 후 어떤 일을 하시게 되는지 이야깃거리가
자연스레 흘러갔다.
나 또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그분의 나이가 궁금해
맞은편에 앉아있는 팀원에게 물어봤고
1972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1972년...
낯설지가 않다. 왜지?
문득 마음 깊숙하게 넣어두었던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화학 선생님이 생각났다.
맞다. 그분이 1972년 생이였다.
내 고등학교 시절 설렘으로 가득 차게 해 주셨고
공부 스트레스로 암울하기만 했을 고등학교 생활을
밝게 해 주셨던 분이다.
그 당시 친구들과 노래방 가면 꼭 불렀던 내 애창곡
한스밴드의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노래도 떠올랐다.
"나의 첫사랑 너무 소중해
그 사람 나를 어떻게 보실까
내가 바라는 건 단 한 번이라도
나 그분 앞에서 여자이고 싶어"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고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생각에
화학 공부만 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화학, 화공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싶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은 선생님이 수학 선생님이셨다면
내 대학교도 바뀌었을 거라고 말한다.
선생님 수업 전에는 꼭 세수하고 이쁜 모습으로 수업 듣고 싶었고 선생님이 수업하시기 전 칠판도 열심히 닦았던 기억이 있다.
야자 시간에 선생님이 학교에 계신지 주차장에서
선생님 차가 있는지 보고 선생님과 친한 여자 선생님이 괜스레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졸업하고 10년 후 결혼하면서 친정집에 있는
내 짐을 정리하면서 선생님의 편지와 ABC 초콜릿 1개를
찾았었다.
어머 이건..
친구들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선생님께
부탁해 생일 축하 카드를 받아주었고
그때 받은 ABC 초콜릿을 아까워 먹지도 않고
10년 넘게 보관한 것이다.
그 편지는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 중이다.
대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안 지났을 때
고등학교 동창을 통해 선생님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의 결혼소식
그것도 내 바로 위 선배와 결혼하신다는 얘기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고 강사의 길로 가셨다는 얘기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마음이 쿵 했다.
전 남자친구도 없었으면서
전 남자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면 이리 마음이 허할까 싶었다.
게다가 선생님이 제자였던 학생과 결혼했다니
나도 좀 더 노력했으면 가능성이 있었을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었다.
지금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위원님의 퇴사소식과 1972년생이라는 얘기 덕분에
나의 잊고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선생님 덕분에 좋은 추억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