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그의 배려는 따뜻한 유리천장이었다

by Juneri

긴급 업무가 생겨 야근을 하게 됐다.

최근 업무로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어 위축되어 있던 나에게 이것은 마치, 일이 생겼다는 기쁨!

즉, 나는 쓸모가 있다는 생각! 백수가 구직에 성공하면 이런 느낌일까!


동시에 어차피 내일이면 사라질 긴급 업무라 어렴풋한 허망함을 느끼면서도 나는 구원이라도 만난 듯 모니터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나가던 부서장이 사무실에 홀로 남아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겠네요. 아이고 미안합니다. 애들이 몇 살 이랬죠? 우짜노"

그리고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했다. 본인도 고향 부산에 있는 엄마가 항상 보고 싶다고 덧붙이며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보였다.


그의 말은 따뜻하고 사려 깊었다.

그의 부하 직원이기 전에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지지를 한다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부서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마도 래오고 있었 것 같다.


방치 아닌 방치, 그의 배려는 따뜻한 유리천장이었다.


그러나 냉정히 부서장의 관점에서 되짚어 보자.


리더란 모름지기 긴급한 상황에서 담당자의 퇴근이 자유로운 지 먼저 판단할 것이다. 암묵적 퇴근 시간의 근처에서 안전 대체자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업무가 아니면 안 될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면, 부서장은 엄마로서의 나보다 내 역량을 먼저 호출했지.


미혼자나 남자 후배들을 편하게 느낀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바, 그 틈바구니에서 난 늘 대체 가능했던 존재라는...... 이것은 유리천장도 아닌 그냥 역량 문제일지도...... 잔인한 깨달음.

내 한계여.


나는 역량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 확실하다!


이는 무겁고도 익숙한 질문을 또다시 불러일으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엄마로서의 나, 조직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만 있을 뿐이다.


고민하는 시간만이 정답인 듯 그렇게 흘러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