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는 것이 내 인생을 반영한다.

by 히냐히냐

나는 머리 자르는 게 스트레스다.

누군가에겐 머리가 길면 그냥 자르면 되는, 하루에도 끼워 넣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일 뿐인데, 내겐 주말의 큰 이벤트가 된다. 오늘도 ‘오늘 자를까, 내일 자를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일로 미뤘다. 머리카락 몇 가닥 잘라내는 문제에 하루의 흐름이 흔들리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단순히 미용실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하고, 간판 사진으로 1차 거르고, 바로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리뷰 사진으로 취향 검증하고, 가격까지 따져본다. 그 과정을 다 거친 뒤에도 “이번엔 괜찮을까”라는 의심이 남는다. 결국 머리카락이 아니라 마음이 잘리는 셈이다.


사실 이건 머리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 살고 있고, 그 선택이 나의 정체성과 기분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를 깎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처럼 보일지, 내 일상이 어떤 결을 가질지를 결정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사소한 선택이 무겁게 다가온다.


여기엔 또 다른 철학적 역설이 있다.

사람은 큰일에는 오히려 담대하다. 직장 이직, 이사, 연애 같은 인생의 중대사는 “잘 안 되면 어쩌지?” 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미용실 같은 작은 일에는 쉽게 휘둘린다. 작은 일은 매번 찾아오고, 그때마다 나의 일상을 잠식한다. 거대한 파도가 아니라, 자잘한 파문이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머리 자르는 일이 가볍기를. “뭐, 조금 짧아도 괜찮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기를.

결국 인생은 대부분 이런 사소한 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사소한 일을 가볍게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게, 큰일을 버텨내는 힘보다 더 중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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