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아낀다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내가 아낀 돈이 결국 주변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만든 건 아닐까.
취업해서 부모님께 뭐 하나 제대로 못 해드렸다는 생각. 명품이나 옷 한 벌 못 사드려서 부모님이 친구들 앞에서 자랑할 얘기가 없을까 봐 미안하고...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선 돈이 사랑의 증거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그걸 못 해준 내가 가족들 마음 아프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파마비 비싸다고 한번 참고, 머리도 안 깎고 옷이나 겉치레에 돈을 아껴 추레한 모습 때문에 친구들을 못 사귄 걸까.
배달비 아끼자고 간단하게 집에서 대충 해 먹는 게 내 삶 자체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친구들 후배들 밥 하나 사주지 못해 인간관계가 좁은 걸까.
돈만 생각하는 습관 돈 따지는 습관이 내 삶과 정신을 병들게 했을까.
피티 받는 거 아까워서 유튜브영상으로 따라 해 보고
덥고 추운 워도 택시보단 버스를 타고 다니고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정품 케이스는 쳐다도 못 보고.
그냥 싼 걸로, 적당한 걸로만 버티는
이런 모습이 당당하지 못했던 내가
나 자신이 너무 비참했던 걸까.
언젠가부터 마음이 가난해진 것 같다. 피폐해진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비참해졌을까.
한 때 유행하던 노스페이스 패딩도 비싸서 못 사고,
싼 패딩 입고 ‘좀 춥다고 죽겠냐’고 스스로 위로하는 내 모습.
이렇게 항상 합리화하는 나..?
돈을 쓸 줄 모르고 쓰는 방법을 몰라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걸까.
돈 쓰기 아까워서 그래서 돈 안 드는 책 읽으면서 책이 재밌다 합리화하는 걸까?
평생 이렇게 가족들도 비슷하게 살았지. 싸구려 쓰는 게 절약이리 여기고., 이것이 정상적인 것이라 살아왔다.
그걸 보면서 한편으론 싫었지만, 그게 싫으면서도 나조차 똑같이 행동하는 모습을 증오했다.
이런 모습을 바꿔야 할까.
쓸 땐 써야겠지....
근데 쓸 때 쓰자 라는건 어떤 걸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 쓸 땐 써야지. 나 정도면 아끼는 거야. 같은 말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반대로 나 정도면 짠돌이 아니지. 다들 이 정도는 아껴야지 하는 돈 아끼는 사람도 주관적이고. )
모든 게 너무 주관적이다. 경제관념이라는 건 주관적이어서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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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든 것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노후에 대한.
돈걱정 하는 사람은 노후 때문에 아껴 쓰는 거고.
돈걱정 안 하는 사람은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거 아닐까?
나는 걱정이 많다. 한 치 앞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은 편인 것 같다.
얼마나 아플지도 모르고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고. 그냥 나는 내가 준비해야 할 최대치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안락사가 허용 됐으면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았겠지. 쓰고 싶을 때까지 쓰고 때 되면 죽으면 되니깐.
난 뭔가 사는 목적이 안락사가 합법화되고 안락사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기다리면서, 안락사를 위한 비용을 모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면 딱 안락사 비용만 노후비용으로 남기고 죽고 싶은 나이 정하면 된다.
뭐 그때 돼서 더 살고 싶지 않냐 어떻게 그러냐 이런 건 나약한 사람들만 하는 나에 대한 괜한 걱정이고. 사는 건 사는 거고 행복하게 살고 죽는 건 죽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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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유로워지고 싶은데 왜 그러지 못할까.
피부과도 다니고
아플 때 마사지도 받고
경락도 받고
옷도 사고 싶은 거 사고 (명품 아니고)
필요한 거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왜 안될까. 왜 이렇게 불안할까..
왜 자꾸 지금 그대로를 못살고 있는걸가. 미래만 걱정하고...
사실 어딘가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구멍은 있는데.
불안하니깐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