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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Sep 06. 2022

1-1. 롤모델을 만나다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1-1. 롤모델을 만나다


인턴 시절, 첫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한 부류가 있었다. 그중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는 선배 직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그녀는 내 사수였다.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에 살짝 그을린 어두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긴 생머리에 얇고 긴 눈매와 웃을 때 귀여운 인상이 매력적이었다. 상사들에게도 신임이 두터운 직원이라 칭찬이 자자했고 일 처리도 맺고 끊음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이유는 당시 신입이라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침착하게 다독여주고 든든한 선배로서 늘 옆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열심히 배워서 성공하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입사했던 나는 어떤 피드백도 받아들이는 Yes걸이었는데 그 부분이 좋게 보였는지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 맛집도 소개해주었고

본인이 초대받은 거래처 행사나 자주 가는 단골 펍에도 데려가 나를 소개해주었다.


단골 펍에서 마셨던 기네스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는 영어 실력도 유창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한 번은 단골 펍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합석하는 자리에 나를 초대해주었다.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낯을 가리고 대화를 잘 알아듣지 못했던 나는 맥주만 주야장천 마셔대다가 술에 취해 택시에 실려왔지만 말이다. 그 후에도 외국계 거래처와의 업무 통화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영어를 잘하게 된 비법이 뭐냐 물었다. 그 질문에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 덕이라고 말하던 그녀. 남자 친구와 결혼하게 되면 외국에서 거주할 것이라고도 했었는데, 그 말대로 지금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녀에게 배운 가지 직장생활 팁!

 

1. 낮에 일하고 밤에는 쉬자.

업무 특성상 사무 업무임에도 야근이 많은 직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던 적이 거의 없을 만큼 빠르고 집중도 있게 하루 업무를 마무리했다. 일부 직원의 경우 오전에는 축 늘어져있다가 오후가 되면 눈을 반짝이며 업무를 시작하고는 한다. 물론 계속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만약 업무 시간 중에 끝낼 수 있는 양이라면 오후에 시작하기보다는 집중해서 일찍 일하고 저녁에 쉬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략 9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날 만큼 그 말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일찍 퇴근하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인턴임에도 대부분을 야근하며 보냈다. 아직까지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한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건 그 누구보다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2. 아무 일이나 받지 말자.

인턴사원이 옆에 있으면 잡다한 일은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일이 많지 않아 보이는 직원이 눈앞에 떡 하니 있는데 본인은 업무가 바빠 정신없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당시 나는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 인턴이었기에 주는 일은 야근을 해서라도 할 마음이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앞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팀 직원이 내게 자료 정리를 도와줄 수 있겠냐며 물어왔다. 단순 자료 정리인데 시간 될 때마다 도와줄 수 있겠냐는 뉘앙스였던 것 같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이라니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마침 쉬고 있던 참이라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그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사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저희 팀 일 바빠서 안돼요. 부탁하실 거 있으시면 저희 팀 팀장님 통해서 말씀해주세요."라고 하면서 확실히 선을 그어주었다. 그리고 적당히 주변에 들리도록 내게도 말했다. 앞으로도 다른 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팀장님께 먼저 말해달라고 하라고 말이다. 히어로의 등장이 바로 이런 것일까. 덕분에 쉽게 배우기 어려운 사회생활 팁인데 첫 직장에서 바로 깨우쳤다.



이밖에도 사람 자체에서 풍겨오는 매력이 많았기에 그녀를 나의 롤모델로 삼았다. 나와 세 살 정도 차이가 있었는데 3년 만에 사람이 저렇게 멋져질 수 있는 걸까. 지금의 나는 한참 나이를 먹었음에도 아직 그럴 배짱이 없는 걸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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