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 이상수
나는 매서운 바람들 사이를 운행하다
잠시 쉴 곳을 찾아
꽃과, 풀과, 나무들이
둘러싸인 어느 숲 속에 안착했다
향기로울 것 같았던 꽃도,
싱그러울 것 같았던 풀도,
그리고 한없이 근엄할 것 갈았던 나무도
독소만 뽑아낼 뿐
이젠 제 기능을 잊은 듯하다
내가 더 이상 동화 속
날개 달린 요정이 아니듯
그들도 더 이상은 꿈꾸는 이상 가는 아니었다
향기가 있는가?
순수함이 있는가?
열정이 있는가?
어차피 발하지 않으면 퇴색되어
독소만 내뿜는 존재가 되고 만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