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에선 잠만 자도 괜찮아

나의 게으른 3 냥이

by 비거니아


하루 종일 집에서 고영희씨들과 잠을 잤으면 좋겠다라는 나른한 바람이 드디어 이뤄졌지만 정작 ‘ 이렇게 잠만 자는거야 ? 너희들끼리는 하루 종일 말을 안하니 ?어디 아픈가 ? 설마 죽은 건 ... 아니지 ? ‘ 우수운 생각이 드는 건 3냥이와 지낸 6년동안 몰랐던 그들의 실체를 드디어 알아버려서 일까?


집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무안한 편안을 주면서도 그 매혹적인 느낌을 갈구하게 만드는 아쉬움의 공간이었다 . 그 편안함과 아쉬움은 늘 나의 사랑 ‘호두’에게서 비롯 된 것으로 그가 있어 자꾸만 집에 머물고 싶고 그가 있어 일터로 나가는 발 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


그는 나에게 집이자 , 반려동물이자 , 인생이었다 .


팻로스

사람들은 그저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말 했고 나는 그를 잃고 나 혼자 이 세상에 남게 되었다고 느꼈을때 이 집은 구겨진 택배 상자같았다 .실체는 있으나 더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간 . 이 집의 다른 생명체들이나 나자신 조차도 의미가 없어졌다 . 그저 날마다 이 텅빈 공간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


내가 며칠을 그의 사진을 부여잡고 마른 눈물을 삼킬 때도 나의 나머지 3냥이들은 내 주변에서 서성일 뿐 나를 만져 위로하거나 온기 섞인 몸을 부벼대며 나를 위로 하지 않았다 .


다만 원래 어디에서 지내는지도 모르게 자신만의 영역에서 비밀스럽게 머물던 녀석들이 모두 내 시야에 들어 와 가만히 앉아 있거나 무심히 등을 돌린 채 꼬리를 바닥에 살짝 튕겨 대며 자신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곤 했다 .


‘뭐야 ? 지금 나를 위로 하는 거야 ? 이게 최선이야 ? 첫째 오빠 고양이가 무지개를 건넌 것을 알긴 하는거야 ?’


한동안 투정에 가까운 그 원망을 이유 없이 3 냥이에게 퍼 부었다 . 헤맑은 표정으로 물을 마실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나의 슬픔을 아랑곳 하지 않은 , 그 동물다운 비정함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


첫째 고양이를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던 차에 거짓말처럼 건강이 나빠져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서 쉬게 되어 그공허한 방안에 혼자 놓여 울다 잠들다 깨는 일을 반복하게 되었다 . 정신을 차리면 또 울며 혼자라는 기분에 젖어 있었을때 온기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털로 내 다리를 감싸는 둘째 냥이 . 젖은 베개 옆에서 그르렁 거리는 작은 숨소리를 내는 또 다른 고양이 . 침대 끝 내 발이 닿는 곳에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는 막내 고양이까지 .


‘아 ! 너희늘이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 ‘


소리내지 않고 너무 가까이 와 기대지 않고 내가 오롯이 그를 애도하는 시간을 멀찌감치에서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 . 배를 보이며 눕지 않아도 , 야옹 ~ 소리내어 관심 끓지 않아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하고 있던 녀석들 ...


그냥 옆에서 게으른 잠만 자도 이렇게 위로가 되는 것을

몰랐던 집사를 나무라지 않고 오늘도 그냥 내가 방을 옮겨 다닐 때마다 따라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잠만 잔다.


그래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집에선 그냥 말 없이 잠만 자도 된단다.


고마워

내 게으른 3 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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