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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Jan 04. 2024

살던 동네도 적응이 필요합니다

떡국떡과 흑임자 인절미를 담은 공간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3년만에 다시 오긴 했지만 그 사이 많이 변해있었다. 자주 가던 떡집은 문을 닫았고 가게는 비어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카페사장님이 운영하시던 카페와 분식집이 없어진 자리엔 편의점이 크게 들어섰고 종종 아이들이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즐기는 곳이 되었다.


떡집이 문닫은 것도 모르고 아침 일찍부터 나섰는데 간판이 사라진 그 자리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불은 꺼져 있었다. 흑임자 인절미가 항상 놓여져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수년째 이동네에서 장사하는 지인에게 물었다. 다행히 떡집은 자리를 옮겨서 운영을 한다는 이야길 듣고 반가운 마음안고 가게로 향했다. 위치는 바뀌었지만 흑임자 인절미가 있다. 


떡집 직원분께 떡떡이 있는지 물었다. 직원분께서 잠시 망설이더니 그럼 5천원어치만 준비해 드릴까요?라며 잘라 놓은게 없어서 조금 기다려 주시면 잘라 주겠다고 했다. 몇분 후에 직원분 손에 들려져 나온 떡은 양이 꽤 많아 보였다. 입밖으로 무슨 말인가가 튀어나오려 하는 의식의 흐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아니.. 생각을 해보고 말하기로 했잖아. 조금 더 생각해 보구!!


잠시 뒤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리속에서 맴돌던 언어가 튀어 나왔다.


"양이 꽤 많네요 아하하"

(어도 7~8천원어치정도 예상했음)


"사장님이 않계셔서요.....하하하. 그리고 많이 기다리신것 같아서 많이 잘라 드렸습니다 헤헤"

(사장님이 않계셔서. 가 포인트 ㅋㅋ)


"아항 사장님 귀가 간지러우시겠지만 너무 감사합니다 호호호"

(사장님 의문의 패)


"네~~ 하하하하 맛있게 드세요"

(사장님한테는 비밀로 하는걸로 쉿! 암요암요~)


어른과의 대화가 오래되었던 탓인지 쓸데없는 말들을 투척하며 웃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떡국떡과 흑임자 인절미를 사면서 기분이 좋아진 순간을 담아 이곳이 이젠 동네에서 익숙한 장소가 될 것이다. 별 일 아닌 일에 많이 웃었던 좋은 곳으로 기억되길. 편의점과 떡집은 이제 익숙한 공간이 되었고 아직 조금 낯설어진 동네가 조금 더 익숙한 곳이 될 때까지 정을 붙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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