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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시 Oct 16. 2024

일년 <최은영>

서평 한 줄

정규직, 비정규직을 다 거쳐본  나는 소설 속 지수와 다희의 입장이 되어 소설을 읽었다.

주인공 지수는 3년차 정규직으로, 직장 내 은근한 따돌림을 받고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과 어려움으로  아무도 가기 꺼려하는 간척지 풍력 발전기 공사현장에 자진하여 근무한다. 그녀를 돕는 인턴인 동갑내기  다희와 카플을 하면서 서로를 점차 알아가는 전개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


둘은 함께 출근하느라 매일 두 시간 남짓 달리는 차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직장 내에서 늘 말조심해야한다는 강박증을 갖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지수에게 다희는 동갑이래설까 쉽게 마음을 열어 속 얘기를 하며 다가오고, 그런 솔직한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지수도 점차 자기의 속 얘기를 하면서 둘은 친해지지만, 어느순간 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할 수 있고 듣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규직이 되기위해 본인 일이 아닌 일까지 맡아 잘 해내려 애쓰는 다희에게 지수는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하며 걱정어린 충고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다희는 계약직이 되본적 없지 않냐고 응대하며 정규직이 되고 싶은 맘을 이해햐냐고 지수에게 울부짖는 장면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교사가 되기 전 나도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사를 수해 보낸적이 있다. 그때 나에게 정규직 교사는 하늘의 별같은 존재요, 어떻게 해서든 오르고 싶은 자리였다. 웃고 싶지 않는 상황에서도 웃어야 했고, 부당한 대우에도 한마디 말도 못 뱉었으며, 다들 하기 싫은  궂은 업무도 맡겨지면  달갑게 해내야 했던 나의 20대 중반 시절.. 그때가 자꾸 떠오르면서  다희의 울부짖음이 나의 심금을 울렸다.

 동료 교사와 친해지고 싶어 먼저 다가가 내 패를 다 보여주며  내 속마음을 펼쳐 보였던 나... 그런 나와 친해지는 척 하면서 뒤에선 나를 어리숙다며 험담하고 종국엔 악의적인 말을 퍼트려 나를 어려움에 빠트렸던  동료 교사들의 모습이 지수와 다희를  통해  자꾸 크러즈업 되어 맘이 힘들었다.


아마 직장이란 곳이 다 그런 곳이고, 교직 사회도 예외가 아니였으리라.. 너무나 어렸단 20대 나는 그리고 지수와 다희는  사회가 이렇게 냉혹하고 차갑고, 이중적인 모순 덩어리라는 것을 차마 깨닫지 못했으리라.. 어른은 다 어른이고, 다 인격적으로 성숙해 있고, 다 포용력과 이해심이 깊을 거라 착각했을 것이다.


계약한 1년 인턴 기간이 끝나고 다희는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둘은 헤어지고, 몇해가 지난 후 병원에서 다시 만난다. 다희가 모두들 행복해 보이는데 자기는 그걸 계속 바라만 보면서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스노블 위를 기어다니는 달팽이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슴이 아팠다.


만날 사람은 때가 되면 만나게 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는 의미의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만나지 않았음 좋았을 만남도 있고, 흘러가는 듯한 만남도 있는가 하면, 삶의 변곡점이 되는 만남도 있다.

앞으로 어떤 만남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누구와 어떤 만남을 갖든  나는 내 스스로에게 상대에게 거짓없이 진솔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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