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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렙 서비스기획자 Dec 11. 2021

기획자인 당신: Executor인가 Planner인가

지하철을 만드려다가 탄광차를 만든 신입을 아시오

얼마 전부터 우리 기획팀은 '포스트모템'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 '포스트모템'은, 프로젝트 완료 후 전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잘된 점이 무엇인지,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포스트모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아티클을 참고 바란다. 



난 지하철을 만들고 싶었는데,
탄광차를 만들어버렸구나


신입 기획자인 이 몸이 첫 전담 마크 과제를 진행하면서 든 생각이다. 그동안 나의 쪼달리는 레벨 덕에 정말 우당탕탕 프로젝트가 굴러갔다. 지하철이 아닌 탄광차를 만든 결과, 나의 과제는 저번 포스트모템 주제로 선정되었다^^ 


토마...스와 친구들.. 화차를 끌고 밀고... 


하지만 얻은 교훈은 매우 값지므로, 오늘은 탄광차를 만든 신입 기획자가 독학으로 얻은 교훈, 그리고 포스트모템으로 얻은 교훈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혼자서 얻은 교훈: 쌔할 땐, 한번 더 확인해보기


내가 진행한 이번 과제에는 필수로 Spec in 되어야 하는 기능이 있었다. Open API를 함께 제공하는 건이었는데, 이 API를 제공하지 않으면 내가 맡은 과제는 마치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서일까. 분명 기획서에 써두기도 했지만 한 번 더 체크하지 못해서 개발 담당자분께서 해당 기능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일정이 부족해 해당 기능은 이번에 함께 배포되지 못할 '뻔' 했다. 하마터면 전체 과제가 다음번 배포로 미뤄질 뻔했다ㅜㅜ 


모든 사건에는 징조가 있다고 한다. (라고 학부 시절 PR 수업 때 배웠습니다만.) 이 사건도 그랬다. 사실, 그전에 회의를 하면서 무언가 담당자분께서 해당 기능 제공에 대해 알고 계시지 못한 뉘앙스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의심이 틀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난 이제 만 1년 차고, 개발자분은 모르긴 몰라도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쎄할 땐, 조금 구구절절하더라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것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것. 앞으로는 돌다리도 잘 두드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포스트 모템으로 얻은 교훈: Executor가 아닌 Planner가 되어야 한다. 


"본격적인 개발 리뷰에 착수하기 이전, 기획자들은 Planner의 입장에서 기획업무를 진행한다. 하지만 개발에 들어가게 되면 기획자들은 executor(실행가)가 되곤 한다. 기획자가 실행가로서 일하게 되면, 어떻게든 과제가 제때 완성되도록 노력하지만, 정작 이 방향이 정말 사용자에게 가치를 주는 것인지에 대한 고려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Planner의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포스트 모템 시간에 우리 리더님께서 말씀해주셨던 부분은 정말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처음에는 기획자로서 일했지만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실행가로서 일해왔다. 분명 프로젝트 킥오프 당시 내가 생각했던 건 지하철이었다. '이런 지하철을 만들어주면, 사용자가 정말 편해질 거야.' 


그런데 막상 개발에 착수하고 나서부터는 이런저런 이유로 스펙이 변경되어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우왕좌왕. 어떻게든 지하철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깎여나가는 스펙을 감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돌아오는 결과는 지하철이 되고 싶었던 탄광차였고, 나는 내가 탄광차를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에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내가 아쉬워해야 하는 것은 탄광차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탄광차라도 그것이 진정 사용자에게 가치를 주는 기능이라면 점점 더 리모델링을 하면 되는 거니까. 


내가 진정으로 고려해야 했던 부분은 이 지하철 노선이 진짜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주는 것인지다. 비록 서비스가 탄광차일지라도 진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노선이었다면 승객들로 꽉 차게 되는 것이 늘... 


앞으로는 늘 기획자의 시선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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