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검색이 가진 부담감과 제한성에 대하여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서비스에는 검색 기능이 있다.
컨텐츠의 양은 넘쳐나고, 유저는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도 물론 검색 기능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어리를빗~ 불편함을 느꼈다.
매번 그저 생각만 했다가, 이번 기회에 내가 왜 인스타그램 검색이 불편하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어떻게 고치면 편하다고 느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에서 찾고자 하는 정보가 뭘까?
특정한 계정을 찾는 건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요즘 인기있는 카페가 어디지?'
'요즘 인기있는 음식이 뭐지?'
'요즘 인기있는 패션이 뭐지?'
요즘 힙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 그런 썸띵을 찾는 게 인스타그램 검색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분석의 시작에도 나의 검색 목적을 정해보았다.
"요즘 인기있는 서울 데이트 장소가 어디지?"
차근차근 검색 플로우를 밝아가면서, 페인포인트를 찾아보자.
최상단에 검색창이 생기고, 하단에는 최근 검색한 리스트가 뜬다.
검색어는 내가 직접 입력한 검색어인지, 태그인지, 계정인지 알아볼 수 있게
키워드 앞에 아이콘을 같이 보여준다.
최근 검색에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장소는 서울로 정했기 때문에, '서울데이트'로 검색어를 입력했다.
그런데...여기서부터나 쪼렙이의 고민이 시작됐다...
'서울데이트'라는 검색어가 적절한지, 사람들은 주로 뭐라고 검색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일단 내가 입력한 검색어의 계정 결과를 보여준다...
그치만 계정을 클릭하면 그 계정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거고, 그럼 나는 다른 검색결과를 보기 위해서
뒤로가기 -> 다른 계정보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건 왔다갔다 힘드므로 최상단에 있는 검색아이콘이 달린 "서울데이트" 를 클릭한다.
최상단 키워드를 눌렀더니, 검색결과 탭으로 랜딩이 된다.
검색결과 탭은 인기 | 계정 | 오디오 | 태그 | 장소로 구분되어 있다.
디폴트 탭은 인기탭이고 첫 행은 릴스, 그 밑은 게시글로 보인다.
그런데 보자...저 에그써티#연남동과 #연남동올더플레이트가 첫 검색화면을 멋지게 점유해버렸다^^!
솔직히 누가 봐도 광고인 것 같은 게시글들이 주르륵 펼쳐지니 인기 검색결과에 신뢰도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인기' 게시글들의 기준을 알 수 없고, 내가 정렬기준을 변경하거나 필터링 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이 검색결과에 '저장 많은 순'이라는 정렬 기능이나, 9월달에 작성된 것만 보는 필터링 기능만 있었어도 요즘 인기 있는 서울데이트 장소를 찾기가 수월했을 거다.
나의 엄지를 희생하여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며 원하는 정보를 찾지 않는 이상...
원하는 검색결과를 찾는 건 어려워보였다.
역시 인스타그램은 태그지!
하며 부푼 마음으로 태그 탭을 눌러본다.
솔직히 말하면 난 짜장면 짬뽕은 커녕,
포스트잇을 살 때 노란색을 살 지 분홍색을 살 지도 한참 고민하는 닝겐이다...
그런데 태그에는 #서울데이트도 있고 #서울데이트코스도 있고 #서울데이트코스추천도 있고
쫌더 찐후기가 있을 듯한 #서울데이트(하트)도 있고! 어떤 태그를 고를지 고민이 됐다.
솔직히 이모지 하나 차이인데 여기서부터 이 중에 선택해야하는 게 좀 부담으로 느껴졌다.
많은 정보를 보고 싶기 때문에 게시글이 47.7만 개로 가장 많은 #서울데이트를 클릭해본다.
확실히 아까 검색어만 입력했을 때 보다는 좀더 요즘 인기에 걸맞는 게시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빨간 단풍과 가을 데이트라는 키워드에 눈이 가 썸네일 하나를 클릭 해보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해서 게시글을 확인하고, 바로바로 스크롤로 내릴 수 있어 탐색이 용이했다.
그.런.데.
아까 검색결과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사람들이 많이 저장하거나 혹은 좋아요를 많이 누른 순으로 게시글을 보고 싶다. (솔직히 우리 다들 괜찮으면 저장하고 그러잖아요 ㅎㅎ)
그리고 작년 게시글은 이번 가을 데이트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최근 게시물' 탭에서도 게시글 작성 기한을 내가 선택해서 보고싶다...(단풍이 언제 드는지 알아야할 것 아니오!)
코스모스가 너무 예뻐서 송파 올림픽공원을 가기로 하고
올림픽 공원 근처의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보려고 해당 계정을 들어갔다.
나는 '올림픽공원'이나 '송파' 게시글만 모아보고 싶은데 ㅠㅠ
지금 계정 페이지에선 또 엄지의 희생으로 '올림픽공원'이 썸네일에 있는 게시물을 찾는 것만 가능했다...
(나도 날 몰라~ 는 EXO 으르렁 톤으로 읽어야 함)
우리가 주로 검색을 할 때는 원하는 결과를 찾기 위해 검색어의 범위를 점점 좁혀나간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에서 맥북을 사기 위해 검색을 해보면,
'맥'만 검색해도 추천검색어를 보여줘서 내가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을지 힌트를 준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는 검색어를 입력할 때 힌트를 주지 않아 내가 입력한 것만의 결과를 볼 수 있고
태그를 선택할 때에도 다 비슷해 보이는데 선택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인스타그램은 필터나 정렬 기능을 제공하지 않다보니 유저는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의 기준으로 정렬된 콘텐츠들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나처럼 효율성을 추구하는 존재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빠르게 적용해서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아래는 에이블리의 검색결과 필터 & 정렬 기능이다.
원피스를 검색했을 때 셔링이 있는지, 무늬는 스트라이프인지, 소재감은 면인지까지 모두 필터링해서 유저가 원하는 원피스를 찾을 수 있다.
찾고자하는 상품이 뚜렷할 때 이렇게 효율적일 수가 없다!
물론 에이블리는 패션 버티컬 서비스여서, 여러 분야를 커버하는 sns인 인스타그램과 필터 기능을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검색 필터링은 제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분석을 하다보니까, 인스타그램이 왜 지금처럼 검색기능을 구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모두 알잖아요... 그 서비스의 담당자만 알 수 있는 서비스의 한계...)
예를 들어 검색어를 입력할 때 추천검색어를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검색결과의 종류가 계정 이름, 게시글, 태그이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를 기준으로 검색어를 추천해줘야할지 너무나 애매했다.
(ex. 'ootd'를 입력할 때 태그 ootd와 ootd로 시작하는 계정 이름을 같이 보여주는 게 애매함..)
그래도 불편하다고만 말하면 불평에만 그치는 것이기 때문에,
나 쪼렙이는 간단한 개선 버전을 준비해보았읍니다.
비슷비슷한 태그 사이에서 뭘 골라야할지, 내가 고른 태그가 최선일지 고민하는 대신에
'서울데이트'가 들어간 태그들을 모아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클릭하면 해당 태그들이 들어간 게시글을 쭉~ 볼 수 있게 말이다.
유저들이 아직 정보가 부족한 단계에서, 특정 키워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여줄 것 같다.
기존 정렬기준은 추천순으로 하고, 객관적인 수치인 저장 많은 순, 최근 작성 순 등을 추가하면
'사람들이 진짜 가려고 저장한 덴 어디지?'
'지금 코스모스 핀 거 맞나?'
원하는 조건에 맞게 볼 수 있다.
조금 아무말 같긴 한데, 인기게시글이 다 같은 계정의 게시글로 뒤덮여 있어서
검색 기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로직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깔끔하겠지만,
아예 계정으로 묶어서 광고 계정을 유저가 스윽- 거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게시글이 많은 계정일 수록, 내가 원하는 거 찾기가 참 힘들다...^^
계정 내 검색 기능을 만들어서 게시글의 텍스트 + 태그를 기준으로 검색결과에 보여주면,
인스타그램 님덜,,, 제가 참 유용하게 쓸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실 틀은 같아도, 내용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를 정도로
개인화 추천이 잘 되어있다.
그러나 사실 다른 사람은 어떤 걸 하는지 궁금할 때가 많고 요즘 어떤 검색어가 인기인지 알고 싶다.
검색버튼을 눌렀을 때 인기 검색어를 같이 보여줘서 '요즘 인기'를 잘 나타내주는 건 어떨까?
사실 네이버에서도 인기 검색어를 없앨 정도로, 인기 검색어를 운영하는 건 어렵다.
(이건 왜 떠? 이건 왜 안 떠? 조작한 거 아니야? 어뷰징 아니야?...갑자기 실무자에 감정이입 중...)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정치적인 검색어나 사회적인 검색어의 빈도보다는
인플루언서, 요즘 장소, 요즘 카페, 맛집 같은 것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데이터를 확인해본 후 정하면 좋을 것 같다!
3년차 기획자로서 느낀 거라면... 기획은 불편함을 잘 느끼고, 그걸 개선하려고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이 그냥 '불편하다'라고 생각만 하고 지나가는 점을
기획자는 잘 캐치해서 더 편하게, 심지어는 그 기능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인 듯 하다.
이상 아이폰이 탈모라고 놀림 받던 노치를, 다이나믹 아일랜드로 바꾼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기획자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