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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Mar 07. 2023

금반지와 구더기까지 다모아

영화 <양들의 소동> - 서준용 감독


형식은 취업난으로 월세조차 내지 못하고 숨어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특수청소 업체 ‘다모아’로부터 연락이 와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여러 이유로 집에서 죽은 이들의 사후를 정리해주는 업체이다. 집안의 청결과 관련된 부분부터 유품 정리까지 맡는다. 선배는 그에게 유가족들이 챙기지 않은 유품은 가져도 된다고 조언한다. 그 순간부터 형식에게는 특수청소보다도 챙길 무언가들부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눈에 띄게 가져갈 것을 찾지 못하고 청소만 진행하다 우연치 않게 고독사한 고인의 의수를 테이블 아래에서 발견한다. 의수에는 꽤 두께가 되어 보이는 금반지가 끼워져 있다. 그 반지를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그는 안간힘을 써서 반지를 숨기고 챙긴다. 선배로부터 들키지만 않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고인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가 현장에 찾아온다. 



그 의수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것, 고인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반지는 빼지 않았기에 분명 반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족은 청소업체 직원들을 의심하고 찾아내려 몸싸움까지 벌인다. 결국 그 반지를 사수해 낸 형식은 집으로 돌아온다. 반지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던 그때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전화에서는 형식의 모친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의 아들이 맞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물질 앞에서 인간의 욕망은 무섭다. 도덕적이지 않은 행동임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고인의 유품들을 훔쳐온 선배, 자신의 이익에 앞서 유가족에게 유품을 전달해야 함을 알면서도 끝내 그 반지를 가져온 형식, 부모님의 죽음보다, 가족사진보다 온갖 패물에 반지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아들, 그리고 세입자의 죽음보다 밀린 월세 납부와 청소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집주인까지. 네 인물은 죽은 이를 두고도 그들에 대한 애도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더기 속 금반지, 금반지 속에서 기어나오는 구더기 한 마리는 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양들의 소동>에서는 평소 봐왔던 특수청소 업체의 모습과는 다른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의 모습을 나타내어 놀랐다. 책 ‘죽은 자의 집 청소’나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을 떠올렸을 때 안타까움 속 따뜻함이 묻어나왔다면 <양들의 소동>에서는 잔인하고 잔혹한 모습들만 등장한다.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인간의 더러운 욕망을 죽음을 중심으로 나타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찬송가와 같은 신성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인간들이 난잡하게 싸울 때는 성모 마리아상이 등장한다. 고인이 살았던 거실에는 염주와 달마도가 보인다. 신성한 물품들과 공존하는 부조리한 인간. 극단적인 대비는 비극적인 모습을 부각해 보여줌과 동시에 홀로 쓸쓸히 죽어갔을 고인 곁에는 사람이 아닌 종교뿐이었다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녀의 집에 들어온 네 명의 어린 양이 일으킨 소동은 마지막 그녀의 영혼마저 짓밟는 일이 아니었을까.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송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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