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순간의 미학을 탐구하는

감독 전민혁 인터뷰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망치>를 연출한 전민혁이라고 합니다. <망치> 연출 이전에 <비에 젖은 나방>이란 작품을 연출했고, 현재 장편 시나리오를 비롯한 다양한 규격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죽음’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흥미가 많은 것 같아요.


Q. 작품 소개도 부탁드린다.
A. <망치>는 의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은 의심이 쌓이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화이고,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의 긴장감과 미스터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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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장 개봉 소감
A. 모든 단편영화는 가치가 있다. 이 진리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이 말을 잊지 않고 이 마음을 새기고 있습니다. 단편영화는 영화제에 선정되지 않는 한 극장에서의 상영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단편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출품되지만, 소개되는 영화는 극소수입니다. 조금 더 많은 단편영화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외면되기에는 너무도 좋은 영화들이 많거든요. <망치>도 그런 좋은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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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촬영 당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A. 촬영을 진행한 집이 큰아버지의 집이었는데, 수차례 로케이션을 살폈을 때 조용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선정했는데 촬영 당일에 김장 축제를 진행하고 있었고, 음향의 스피커가 아파트를 향해 있어서 온갖 종류의 트로트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부르는 듯이. 모니터를 보다가 어이가 너무 없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더군다나 그날 밤에 배우님들이 노래방을 가셔서 노래를 부르셨다는 얘기를 다음 날 전해 듣고 참 부러웠습니다. 저도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는데... 무척이나 아쉬웠어요. 허허.


Q. 다양한 물건 중 '망치'를 '의심'이라는 소재와 엮어 연출한 이유
A. 망치라는 도구가 가지는 이중성에 주목했던 거 같아요. 못을 박고, 액자를 걸 수 있게 한다는 편리함도 있지만, 그 자체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로서 기능하기도 하죠. 이러한 이면들이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는 이면들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체적으로 못을 박는다는 어감이 저에게는 괴상하게 느껴졌거든요. 무언가를 박아낸다.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Q. 작품을 제작할 때 특히 유희하여 연출한 포인트
A. 결말만 정해두고서 그 앞의 부분들을 풀어나감에 있어서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어요. 어떻게 이야기가 풀어나가든 간에 각 캐릭터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 정해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걸 제가 정하고 쓰게 되면 그 구분이 너무 확실해지고, 균형을 잃을 것 같았거든요, 예를 들어 기성이 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특정 지으려고 하지 않았고, 기성의 대사를 쓸 때에는 그저 저의 의식의 흐름 속에서 내재된 기억을 반영하려 노력했어요, 그것이 제가 현실에서 실제로 겪은 부분도 있지만, 상상을 한 부분도 분명히 많은 거죠. 무엇이든 확신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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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연출에 있어 특히 신경 썼던 부분
A. 아주 미묘한 지점에도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는 영화란 생각을 해서 인물이 내뱉는 대사의 톤과 내용, 눈빛이나 작은 미소 같은 부분을 신경 썼고, 세 사람 간의 묘한 관계를 어떻게 시각화하면 좋을지를 고심했습니다.


Q. 관객들이 <망치>를 볼 때 유심히 봐줬으면 하는 연출 포인트 혹은 장면
A. 어느 순간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실 거예요. 무언가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난다는 암시로서 믹싱 과정 중에 배치된 사운드인데, 그 소리가 들린 이후에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거든요.


Q.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A. 의심이라는 작은 마음이 얼마나 큰 파국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는 게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 나는 무엇을 믿고 있었나에 대한 물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것을 느끼시던 관객분의 해석이 옳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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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작품 계획이 있다면
A. 아직 구상 단계인데, <영석>이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찍게 될 거 같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꿈과 현실이 구분 가지 않는 뉘앙스를 가지는 영화입니다. 3년 만에 연출을 다시 하는 만큼 보다 발전된 연출을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Q.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가
A. 짧은 순간의 미학을 계속해서 탐구해 볼 수 있는 매개체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는 거 같아요. 좀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들게 해서 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A. 영화를 봐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감사함을 품게 됩니다. 다양한 감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 수 있다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망치> (Ha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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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 18분

감독 : 전민혁

배우 : 김현목, 손우민, 박성은, 선우용

스탭 : 기획/프로듀서 이호승 | 제작/각본/연출 전민혁 | 촬영 염한림 | 조명 김승연 | 조연출 이상훈 | 미술 문정현 | 편집 옥지완, 전민혁 | 동시녹음 홍택현 | 스크립터 현승휘 | 촬영부 옥지완, 임찬웅 | 조명부 조백진 | 제작부 박민지 | 붐어시스턴트 박세준 | 데이터매니저 김도윤 | 색보정 김승연 | 믹싱 미디액트 | 사운드디자인 표용수, 최지영 | 번역 서채원


로그라인 : 기현은 임신한 아내 혜지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찾아온 혜지의 오빠 기성으로 인해 기현의 삶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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