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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

by 일심일도 채남수

내 친구는 같은 동네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친구 어머니는 동네에서 우리 어머니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우리도 자주 어울리다 보니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다.


친구는 동갑내기로 또래 여자애들과는 달리 까칠하지 않고 항상 잘 웃고 친절한 아이였다. 얼굴도 제일 예뻤다.


농한기에 아버지가 외출하는 날이면 친구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어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에게 장구 치는 법과 춤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둘이 만나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마냥 즐거워 보였다.



국민학교 1학년 때, 그 친구네가 갑자기 서울로 이사했다.


‘잘 살려나!’ 한동안 어머니는 한숨 섞인 혼잣말을 되뇌곤 하셨다.


그 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6년 만이었다.


설날을 맞아 건넛마을 친척 집에 왔다가 들렀다고 했다.


자기 어머니는 몸이 편찮아 같이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얀 얼굴이 눈이 부시도록 예뻤다.


그다음 해도 혹시 오려나 기다렸는데 역시 와주었다.


매년 설날이 되면 그 친구는 우리 집을 찾았고 머무는 시간이 차츰 길어졌다.


우리는 이성 친구로 오래오래 잘 지내자고 약속했다.


좋은 남학생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말했다.


자기도 소개해 주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똑같이 그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해 설날에도 그녀는 잊지 않고 우리 집에 와주었다.


그날은 우리 바로 아랫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말했다.


아랫집에는 나보다 세 살 더 많은 소녀 가장이 살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식구라고는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아인 동생 하나가 있었다.


어린 것들이 안 됐다며 우리 부모님이 딸같이 돌보아 주고 보살펴 주는 사이였다.



그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녘에야 그 집에서 나왔다.


친구는 굳이 대문 앞 우물까지만 배웅해 주겠다며 따라나섰다.


우물가에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갑자기 와락 나를 끌어안더니 입을 맞추었다.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촉감, 짜릿하고 황홀함에 정신을 놓을 뻔했다. 그녀의 달콤한 사랑 내음이 온몸을 타고 들어와 채워주었다.



사실 어머니를 제외하고 첫 뽀뽀를 한 것도 그 친구였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니 내 나이 일곱 살 때이다.


그 친구 어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내 손을 잡고 자기 집에 가서 놀자고 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무작정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 지금부터 나는 네 각시야.”


다짜고짜 이불을 펴더니 아기를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불 속에서 뽀뽀하고 부둥켜안고 같이 잠이 들었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외출했던 그 친구 외삼촌이 들어와서 우리를 깨웠다.


얼마나 호되게 혼났는지 모른다.


뽀뽀밖에는 한 짓이 없는데….


순백의 사랑. 어언 67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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