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성장기-4부3장
새해 1월이 되면 궁금해진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새해 기대감으로 사주나 토정비결을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대로 된다. 갑자기 로또처럼 대박을 맞는 일은 거의 없다.그렇다면 스스로 내 사주를 푸는 방법을 공부하고 내 인생을 분석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들은 흔히 불안할 때 사주를 찾는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미리 훔쳐보고 싶어 하고, 당장 마주한 고통이 언제 끝날지 확답받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사주 명리라는 세계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오묘한 여덟 글자가 내 인생의 정답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1년 수유너머에서 시작한 공부는 내가 알던 복채를 내고 듣는 예언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것은 타인에게 내 운명을 맡기는 의존이 아니라, 스스로 내 삶의 무늬를 읽어내는 성찰의 과정이었다.
참고 서적을 탐독하고 생소한 용어들을 몸에 익히며 직접 내 사주팔자를 풀어내야 했다. 동료들 중에는 타인의 사주를 풀어주는 재미에 푹 빠져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내 인생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을 정해진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에 묘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가 깊어질수록 거부감은 이해로 변했다. 왜 내가 젊은 시절 멀리 유럽까지 두번이나 떠나 살아야 했는지, 왜 내 삶은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늘 유동적이었는지 사주 속의 역마살과 글자들의 합과 충을 통해 비로소 해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내 삶에 부여하는 깊은 의미였다. 그때 쓴 기록들을 다시 펼쳐보며, 마흔의 문턱에서 나를 다시 정의해본다.
내 사주팔자 여덟 글자는 갑진, 병자, 병오, 무술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신이라는 기운이 세 개나 된다는 점이다. 흔히 식신이 많으면 먹을 복이 넘치고 자식을 잘 키운다고들 말한다. 조용헌 선생의 동양학 강의를 빌려보자면, 식신이 많은 사람은 아랫사람을 잘 키우는 능력이 탁월하며 이는 곧 타인의 꼴을 잘 보아준다는 뜻이다. 자신이 축적한 지식이나 경험, 인맥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기운이 내 안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스무 살, 열아홉 살이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엄마로서 내가 아이들을 잘 키웠는지, 내 역할을 다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결혼 전 남산 한국의 집에서 들었던 신부 수업의 기억은 내 양육 철학의 뿌리가 되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며,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자라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나는 그 말을 교과서처럼 따랐다. 산통이 시작되었을 때 혼자 버스를 타고 조산소로 향했고, 그곳에서 아이를 맞이했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생명을 맞이하는 일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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