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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핑 Nov 16. 2023

관심을 기울이니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아동 문학/ 음악극 <달 샤베트>

  예술은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아동 문학의 대상이 어린 연령이라 해도 그 안에는 시대적인 문제와 해결 방법, 그리고 철학적인 교훈까지 담고 있다.

  백희나 작가의 <달 샤베트>는 아이의 시각에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담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정전이 되고, 달이 녹아내리게 되었다는 환경 문제와 이웃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무관심해진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주변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부터 형성되는 관계가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이다.

  올해 여름(2023년 7월),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된 어린이 음악극 <달 샤베트>는 원작의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춤과 음악, 무대장치 효과로 우리의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달 샤베트>, 백희나




1. 우리는 이웃이에요.

  

  엄마가 어릴 때는 아파트마다 반장이 있었어. 아파트에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아파트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을 때 반장 아주머니가 나서서 일을 해결해 주었지. 반장 아주머니는 누가 어디에 사는지 다 알고 있었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모두가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 수 있거든.

 여기 늑대아파트에서는 혼자 살고 계시는 할머니가 반장이야. 엄마가 어릴 때 살던 아파트의 반장 아주머니처럼 늑대아파트 반장 할머니도 이웃들이 몇 층, 몇 호에 사는지 다 알고 있어. 춤추는 늑대가 아플까 봐 파스를 주고 싶어 하고, 요리하고 있는 늑대에게 소금필요하지 않는지 물어보시지. 하지만 늑대아파트 주민들은 이웃 늑대들에게 관심이 없어. 그래도 반장할머니는 무엇이든 필요한 게 있다면 반장할머니를 불러달라고 말했지.

                                                          

                                  아우~~”

 

 늑대처럼 “아우~~~” 하고 소리를 내라고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늑대 아파트 전기를 너무 많이 쓴 바람에 정전이 되어 깜깜해졌어. 오직 한 집에서만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지. 바로 반장 할머니의 집이었어. 늑대 아파트 주민들은 함께 손을 잡고 노란 불빛을 따라 반장 할머니의 집으로 걸어갔어.

  반장 할머니는 이웃들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달 샤베트를 나누어 주었지. 늑대아파트 주민들은 모두 옥상 위에 올라가서 달 샤베트를 들고 하늘에 그림을 그렸어. 우리도 함께 세모, 동그라미, 별 모양의 그림을 그렸지? 늑대아파트 주민들과 관객들 모두 달 샤베트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서로 무관심했던 이웃들은 달 샤베트로 비로소 이웃이 된 거야.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고 안부도 묻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 말이야.



2.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

 

  무더운 여름날, 늑대아파트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멈추지 않았지. 어떤 소리였을까? 에어컨을 켜는 소리, 선풍기 바람이 돌아가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 지글지글 요리하느라 쉼 없이 일하는 가스레인지 소리가 늑대아파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 그러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졌어. 그리고 아주 깜깜해졌지.

 “뚝, 뚝, 뚝.”

 반장 할머니는 하늘에 떠 있는 달에서 달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어. 뜨거워진 지구 때문에 달이 녹고 있던 거야. 반장할머니는 재빨리 큰 대야를 가져와 녹아서 떨어지는 달물을 모두 담았어.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그 달물을 샤베트 틀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 달 샤베트를 만드셨지.



3. 관심을 가질 때 맺어지는 관계


 달에는 옥토끼 두 마리가 절구를 찧으며 살고 있었단다. 하지만 달이 녹기 시작하면서 옥토끼들은 살 곳을 잃게 되었지. 노란 달빛을 따라 지구의 늑대아파트까지 오게 된 옥토끼들은 드디어 달빛이 새어 나오는 반장할머니의 집을 두드렸어.

 “아니, 너희 토끼 아니니? 너희가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니? 여긴 늑대아파트야.”

  옥토끼들의 이야기를 들은 반장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남은 달물을 꺼내 화분에 부어주었어. 그러자 달처럼 환한 달맞이꽃이 피었지. 달맞이꽃이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하늘에 다시 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그제야 옥토끼들은 달로 돌아가게 되었단다.

  반장할머니는 늑대아파트의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지 않은 옥토끼들을 위해 달물로 샤베트를 만들어주고, 달맞이꽃도 피워냈어. 관심과 배려가 관계로 피어난 것이지. 늑대 아파트 주민들은 서로 비로소 이웃이라는 관계로 맺어졌고, 옥토끼는 달에 살고 있는 친구가 된 거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 지구의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달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우리와 관계된 세상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와 관계되지 않은 것은 없단다. 그래서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만 해. 우리가 관심을 주면 그 순간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관계가 될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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