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끝에서 감사함을 마주하다
오만함이라는 깊이는 끝없다고 생각한다.
오만함의 껍질을 벗겨냈다고 생각한 순간,
그 속의 알맹이는 굳어져 또 다시 껍질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많이 마주한다.
그럴수록 내 안의 오만함은 계속해서 벗겨진다.
계속해서 글감이 나올 수 있는 것 또한 내면 속 숨겨진 오만함 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3자의 시선에서, 관찰자의 시선에서 사람들을 조망하는 것이 즐겁긴 하지만
한 사람의 티끌까지 알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나칠 정도의 공감은 필요 없는 것인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며 하루의 마무리가 물음표로 끝나지 않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내 삶의 가장 큰 숙제이자 욕심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인생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를 불안해하며 삶과 투쟁하려는 마음이 가신지 몇 달이 되지 않을 때 느꼈던 것이다.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자 복잡했던 문제가 단순하게 보였다.
죽음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내 모든 선택과 책임은 죽음 앞에서 대담하게 발현되었다.
덤덤하게 삶을 살아내고 담담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삶에 대한 애착.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조망자가 지녀야 할 시선인 것일까.
불과 몇 달 전까지 내 고민 속 주 등장인물은 조각조각 분리된 ‘나’였다.
삶에 애착을 지닌 요즘은 오히려 나를 둘러싼 것들에 더욱 애정이 간다.
나를 구성하게 만들어준 사람들, 친구들, 지인들을 마주할 때면
온전하지 않은 내 곁에 있어준 그들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감사함은 새로움에서 오는 것 같다.
조망자의 시선에서 평범함을 새로움으로 받아들일 때
자연히 감사함을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