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

by 보나

내가 미친 건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받아먹기 시작한 이후 계속되어왔던 물음이다.

7살이었던 아침, 내 눈이 양 쪽으로 치켜 올라가도록 머리카락을 묶어주던 엄마에게 '엄마, 아부지랑 이혼해?'라고 묻는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술을 마시고 오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자는 척하던 매일 밤이었을까? 언제 화낼 지 모르는 엄마때문에 불안하던 대학생 시절인가?


생각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런 생각 속에 빠져 있다 보면, 나는 그 때, 그 곳으로 오롯이 돌아가서 그 기분을 느낀다. 그 공간의 조도, 온도, 습도 같은 것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그리고 그 고통을 다시 느끼고, 새로운 상처를 받는다. 더이상 과거가 아닌 기억들이다.


사실 쓸모없는 짓이다. 반추하는 건 우울증의 주요 증상이고, 나는 벌써 7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최근에 재발했다. 목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고, 장염에 걸린 사람이 구토하듯이 뇌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버린 사람의 증상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과거들이 없었다면 내가 정신병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도 해 본다. 하루하루가 우울증으로 인한 죄책감, 무기력감으로 힘든데다 해질 무렵이면 찾아오는 불안에 뭐라도 탓해보고 싶어서 그렇다. 아니면 이 병의 원인을 제거하면 병을 고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 같은 거다.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과거를 지우는 기술이 있다면, 과거를 지우고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약으로 만든 몽롱한 일상 속에서 건전지가 들어있지 않은 시계처럼 멀뚱멀뚱 버틴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에 2번은 맞으니까, 누가 나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미친 걸 모를 거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