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망하지 않았다, 내 머리에 동그라미가 있어

심리상담을 다녀와서 울면서 글쓰기

by 보나

일주일 중에 휴일은 이틀,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 날이고 오늘은 휴일의 마지막 저녁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내 몸을 무겁게 만들 때가 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도 하고, 모기도 잡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딴청만 부리다 좋아하는 젤리 먹는 것도 미루게 된다. 노트북을 꺼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이 한 칸짜리 방에서는 쉬워보일지 모르나, 긴 시간 고민하고 노트북을 켜서도 글을 시작할까 말까 고민했다.

오늘은 상담 2회기차를 다녀왔다. 1회기 상담을 다녀와서도 꼭 이 일을 글로 정리하고 싶었는데 상담을 시작하고 바로 울음이 터져 1시간 내리 울고 다니 기운이 다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 주에는 저녁을 먹고 잤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2번의 상담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참으면서 운다는 것이었다. 난 눈물이 많다. 며칠 전에는 회사에서 ‘밝은 밤’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고 때때로 음악을 듣고도 눈믈을 흘린다. 7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잠수를 탔을 때는 하루 종일 울었다. 눈이 부르트도록 울었는데 난 내가 실컷 울만큼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상담을 시작하면 웃다가 갑자기 울고, 나도 모르게 소리 내지 않고 울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돈 내고 얘기하러 가는데도 참는다니. 내 눈물에 뭐가 있길래. 상담사는 나한테 눈물이 찰랑찰랑 차 있다고 했다. 덜 울었다고 한다. 더 울라고 한다. 한 번도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 울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내가 우는 모습에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겹쳐진다. 엄마가 울던 모습은 내 얼굴이랑 너무 닮아서 내가 우는데도 ‘엄마, 그만 울어.’ 하고 싶어진다. 우리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장 많이, 지금도 항상 하는 생각이니까. 문득 다음에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면 실컷 울라고 하고 싶어진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긴 하다. 엄마가 단단했으면 좋겠고, 엄마가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고, 내가 엄마한테 항상 기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사실 엄마는 내게 그랬던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엄마의 솔직함이 좋고 또 두렵다. 왜 좋으냐하면 그런 취약함도 내게 보일 수 있어서 엄마가 속 시원하겠다 싶어 좋고. 왜 두려우냐 하면 내가 그런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 가까운 사람에게 내가 받은 것처럼 불안하고 늘 슬퍼질까봐 두렵다.

8회기 상담이 끝나고 나면 나는 좀 달라져있을까? 가족은 바뀔 수 없으니까 늘 내가 변하려고 노력했었다. 내가 좀 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내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맞았던 걸까? 잘 모르겠다. 어떤 힘듦과 부침이 있어도 내 할 일(그 범위가 좀 광범위하기는 했다)을 잘 해내고 싶었다. 잘 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너무너무 아파서 못 견딜 때에도 ‘그래, 아플 만 해.’, ‘꾀병이 아니야.’하고 아픈 것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 같기도 했다.

3회기에 가기 전에 작은 과제가 생겼다. 내가 바라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라는 것이었다. 한 번도 그런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과제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난 그런 희망조차 없이 살아왔던 것이다! 이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고만 생각해봤지, 어떻게 되면 내가 더 이상 무겁고 아프지 않을지 상상조차 해보진 않았던 것이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싶어서 죽고 싶고, 너무 아플까봐 죽기가 두렵고, 그래서 어떻게든 죽는 걸 미뤄보려고 상담을 다닌다는 것. 결국 내 끝이 그것일 것 같다는 무력감. 그러고도 상담을 기록하고, 오지 않은 어떤 미래에 대한 기다림이 있는 내 인생. 망했다는 감정과 막연한 희망 같은 감정이 선분의 양 끝에 있고 그 선분을 동그랗게 말아 원이 되어 감정이 만난 것 같은 이상한 내 머릿 속. 어쨌든 오늘은 또 살아냈고,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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