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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오 Nov 30. 2022

(시) 잡놈, 성묘를 가다

한라산 담배 불붙여 

봉분 위에 놓고 보니

한 개비 마지막 담배다

생전 좋아하시던 담배 한 대 드린 것

아버지도 기꺼우셨는지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담배 연기 훨훨, 타들어 간다

잔 부어 두 번 절하고

아버지 생각에 마음 애틋해지는데

아차차, 돌아갈 차비 떨어진 것처럼

내려갈 때 피울 담배가 없다

점점 짧아지는 담배 바라보며

빈 담뱃갑 생각하니

몸속 니코틴이 기승을 부린다

암만 돌아가셨더라도

그렇게 막 피우시면

정신줄 놓게 될 텐디……, 갑자기

고창 선운사 단풍처럼 울컥

솟구치는 아버지 걱정

하, 자식이 돼가지고

아버지 건강 상하는 걸 어찌 볼까나

어허 간다, 저기 간다

잡놈 내려간다

잽싸게 반쯤 남은 담배 집어 들고

산소를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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