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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거란 포부와 달리 사라지는 열정

잘 될 거라 생각했던 일을 왜 그만두게 될까?

by 양꼬치먹다가명상 Sep 24. 2024

이번에도 준비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프리미엄 체험단을 계획했었다. 뛰어난 비주얼을 가진 모델 친구들이 협찬 제품을 화보처럼 찍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제품을 얼굴 옆에 붙여서 찍는 사진은 재미없어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제품만 협찬받는 인플루언서는 공 들여서 사진을 고퀄리티로 찍기는 귀찮을 테고, 광고주는 자신의 제품이 첫 번째 사진에 나오기만 하면 물건이 잘 팔릴 거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 고객은 그런 노골적인 협찬 사진을 보면서 구매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그 제품을 구매하면 사진 속 멋진 인플루어서처럼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구매하고 싶어 한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프리미엄 협찬 화보 촬영'이란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진행 방향은 두 가지였다. (1) 협찬 광고주를 찾고 모델을 모으냐 (2) 촬영을 먼저 하고 광고주를 설득하냐를 결정해야 했다. 포트폴리오 없이 그냥 협찬 달라고 하면 넙죽 줄 광고주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촬영 포트폴리오를 쌓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예전에 화보 촬영 팀을 만든 경험을 활용하면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모델을 찾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협찬과 관련된 해시태그를 검색한 다음 여러 명에게 촬영 제의 DM을 보냈다. 팔로워 1만 명 이하의 사람은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고, 심지어 어떤 답장도 받지 못했다. 이대로는 무료 촬영이어도 모델 구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료 모델 구인 플랫폼인 포즈인에도 가입 후 프로필 세팅을 완료했다. 이후 촬영할 수 있는 날짜를 정한 다음 모델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주 1일 시간을 내는 게 기존 업무들이 있다 보니 계속 미루게 됐다.


변명이 맞다. 게다가 과거 개인 화보 촬영할 때를 생각해 보면 보정 작업이 매우 귀찮았다. 포토샵으로 하는 보정은 디지털 노가다 그 자체인 작업이다. 당장 돈이 되기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당장 생존과 연결된 일을 미루면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분명 계획은 완벽하다 생각했다. 촬영하고, 광고주를 모으고, 셀프 스튜디오를 만들고, 스튜디오를 팝업스토어로 업그레이드시킨다. 근데 촬영부터 이미 귀찮아져 버렸다. 당장의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일을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이유만으로 붙잡기는 어려웠나 보다. 귀찮은데 어쩌지라며 계속 일을 미뤘다. 


그러다 어느 날 화장품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지인의 제안을 받았다.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카테고리의 상품이었다. 현재 마케팅 대행+주얼리+화보 촬영인 상태에다가 화장품을 넣을 순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단 하나만 하고 싶었음에도 꾸역꾸역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좋게 말해 멀티태스킹이지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되지 못한 상태일 뿐이었다. 네 가지로 넓히면 더욱 안될게 뻔했다. 일 종류에 따른 투입 시간을 봤을 때 촬영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화장품을 한다면 촬영은 빼는 게 맞다. 비싼 카메라를 샀지만 자주 촬영하러 다니지 않는 거 보면 열렬하게 원하던 일은 아닐까.


화장품은 내가 혼자 제작이나 유통까지 한다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제품 제작과 유통에 관한 고민은 크게 없이 마케팅만 하면 되는 게 팀에서의 내 역할이다. 심지어 투자비용이 있고 내가 원한다면 제작도 가능하다. 투입 비용 대비 얻어질 이득 또한 크게 이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자 대비 이득이 촬영 상품보다 훨씬 커 보인다. 사진 촬영은 진짜 재미를 느낄 때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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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새로운 일로 바꿀 때마다 겪는 과정은 비슷했다.


광고 영업, 비즈 팔찌, 게임 방송, 렌털 스튜디오, 여성 의류 쇼핑몰, 셀프 촬영 스튜디오.. 지난 5년 동안 시도해 봤던 일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처음 세운 목표의 30%쯤 도달할 때쯤이면 새로운 일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그럴싸하게 만드는 건 쉬웠다. 잘되는 사업이 100점이라면 85점까지는 쉽게 해냈다. 대표적으로 A to Z 모든 인테리어를 했던 렌털 스튜디오에 놀러 온 친구들이 입을 모아 예쁘다고 칭찬했었다. 하지만 월세만큼 벌기에도 쉽지 않았었다. 친구들이 "이렇게 잘 꾸며놨으니까 돈 많이 벌겠다~"라고 하면,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아.. ^^"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비즈 팔찌, 직접 제작한 주얼리도 아이템은 예뻤지만 밥 먹고 살만큼 벌지는 못했다.


파고들고, 개선시키다 보면 그 하나의 일만으로 밥 먹고 살만큼은 벌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당장 밥 먹을 돈이 필요했고, 그 일을 해서 벌 수 있는 최대 수익이 내 성에 차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광고대행이 다른 일보다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란 것이었다.


그럼 광고대행에 올인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광고 대행하는 사람 중에 평생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결국 자기 브랜드를 하고 싶어 하거나, 일단 인하우스로 취업하기를 원한다. 한 명이 여러 업체의 마케팅을 관리하는 일이 그리 쉽지가 않다. 결론은 평생 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생을 모두 걸만한 서비스가 아니란 거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근데 왜 아직 마케팅 일 하냐고?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사실 사업 그 자체에 가깝다. 재무 관련된 일을 제외한다면 물건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하고, 유통하고 사후관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마케팅이다. 그래서 마케팅에서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렇다고 기획만 전문으로 할 수도 없는 게 광고대행업이다. 대행을 맡기는 사람은 이것저것 다양한 영역에서 도움을 받기를 원하고, 대행을 하는 사람은 어느 영역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결국 모두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모두 알고 있다는 건 그냥 사업 그 자체가 된다.


아 제목이 '잘 될 거란 포부와 달리 사라지는 열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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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거라 생각했던 일을 왜 그만두게 될까?


나는 왜 이번에도 체험단의 진행을 멈췄을까? 반대로 계속 반복되면서도 하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비교해 보자. 광고대행과 운동(수영)이다. 광고대행은 생존을 위한 수익이 계속 나온다. 운동은 안 하면 몸살이 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 심지어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 하지만 생존만이 지속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성장하는 재미가 있다. 전보다 더 잘해질 때 희열을 느끼곤 한다.


내가 계속 지속하는 두 가지는 '생존력'을 높여줬다. 세분화하면 현대적 생존력(자본)원시적 생존력(신체 강화)이다. 강해 진다는 건 도파민이 분비되는 즐거운 일이다. 본능적으로 쫓게 되는 일이다. 그럼 내가 그만둔 일들은 기존의 일보다 더욱 뛰어난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포기했다. 


대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하면 앞의 생존과 관련된 답변을 한다. 나도 그랬다. 근본적인 이유는 너무 당연하니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에 관한 한 가지 이유를 더하고 싶다. 지속적으로 같은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었다. 광고 대행은 광고주가 있기에 소통하며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 혼자 수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동호회를 나가고, 함께 수영대회를 나가면 서로 응원해 주고 경쟁하기도 한다. 동료라 부르고 싶다. 한 집단에 속해 있다면 같은 관심사를 잘하는 것이 집단 내에서는 영광이 된다. 사업을 한다면 매출 높은 사람이 대단해 보이고, 수영을 한다면 빠른 사람이 멋져 보인다.


지금까지 그만두게 된 일들을 보면 직접 만나는 동료도 경쟁자도 없었다. 한마디로 고독했다. 사람 성향마다 다를 테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강제적인 독립 상태에선 일을 잘 못했다. 주변에 사람에 둘러 싸여 있어야 일을 잘했다. 학창 시절 집에서 공부가 안되는데, 학교 도서관에선 공부가 잘되는 거처럼 말이다. 사회적 입지와 주변 시선을 중요시하는 사람인가 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삶의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그게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면 이 글처럼 남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조차 관심 없으니 브런치에 오지도 않겠지.)


그렇다. 결국 함께 할 사람을 꼭 찾도록 하자. 포부를 가지는 건 현대적 이유든 원시적 이유든 생존력을 높여주는 일일 가능성이 높을 거다. 겪기 전엔 100%는 모르겠지만 이뤄냈을 때 원하던 삶을 살게 해 줄 것들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영원히 재밌어 보이진 않을 건 분명하다.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니까. 생존력은 기본 조건이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지속성은 집단으로 가질 수 있게 된다. 끝까지 해내고 싶다면 꼭 혼자 하지 말고 팀이든 경쟁 구도이든 만들자. 그렇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시간 낭비한 후 '후우.. 경험이라 치자'라며 자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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