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훅하고 들어온다

Day 6 , 프랑켄 지방, 독일

by 여행에 와 락


어제의 일정은 스티븐이 그토록 좋아하는 독일 레스토랑에서의 독일 음식으로 마무리되었다. 독일 음식은 고기 위주이고 특히 돼지고기가 많아 나는 입맛에 맞지 않아 먹을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민물고기를 시켜서 먹었다. 그것이 그 레스토랑의 유일한 해물이었다. 반면에 스티븐은 초이스가 너무 많아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 있다. 그는 결국 돼지고기 스튜를 시켜 아주 맛나게 먹었다. 시골의 로컬 레스토랑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원래 맛이 좋은 법이다. 특히 로컬 주민이 데려가 곳은 백 퍼센트 믿을만한 곳이다.


전날, 서머하우젠에서 씨기가 마을 투어를 시켜 주었다.


울리를 중심으로 모인 우리 8명은 두 차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독일에 있으니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차의 클래스가 남다르다. 벤츠, 포르셰, BMW. 씨기가 미리 짜 놓은 일정을 따라 여러 특이한 마을들을 방문했다. 역시나 중세의 멋이 가득 풍기는 마을 들이다. 라푼젤이 머리를 길게 내려뜨리고 있을 것 같은 둥근 원형의 탑, 귀엽고 장난스러운 요정이 살 것 같은 모양의 뾰족한 모자 같은 탑, 돌바닥 길, 좁디좁은 세모로 시작하는 이층 집 등 볼 것이 아주 많았다. 잠시 맥주 시간을 갖기로 하고 마인강 ( Maine River) 줄기가 흐르는 작은 공원에 푸드 트럭처럼 생긴 곳에 멈추었다. 노천 테이블이 잔디 위에 있었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우리 8명이 모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기에 아주 좋았다. 마인강은 아주 폭이 작았고 그 위로 꽤 기다란 배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그 건너의 푸른 숲이 이쪽 잔디와 파란 하늘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마인강변. 이곳은 특별히 강폭이 좁았다.


마인강변 풑밭에서 잠시 목을 축이는 중.


나는 맥주를 안 좋아해서 늘 물을 시킨다. 주스를 마시고 싶지만 칼로리 때문에 생수를 마신다. 나만 빼고 모두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문득 중학교 다닐 때 선생님한테 들었던 독일인과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 독일은 물이 나빠서 맥주가 발달됐다고 배웠는데, 사실인가요?"

눈치 없이 문득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온다. 순간 나는 눈총으로 맞아 죽는 줄 알았다.

“헐~”

“뭐, 뭐라고요?”

이 모든 6명의 독일인들이 순간 말을 잃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오, 마이갓,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스티븐을 바라보았는데, 그도 난감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모두들 한 마디씩 한다.

"물이 얼마나 좋은데."

"우린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데, 말도 안돼요."

"정말 그렇게 배웠어요?"

순간 기적처럼, 머리에 ‘라인강의 기적' 이 단어가 떠올랐다.

"아, 그러니까요. 저도 수돗물을 그냥 마셨는데 맛이 좋아서 이상해서 여쭤보았어요."

"학교에서 이것도 배웠어요.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으로 온 국민이 단합하여 전쟁 후에 단기간에 복구를 이뤄냈잖아요. 이 라인강의 기적은 한국의 롤모델이 되었어요. 독일인의 근면함과 명철함을 롤 모델 삼아 우리도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지요. 온 국민이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전쟁 후에 놀라운 발전을 했답니다."

앗싸, 이 순발력! 대 성공이다. 이제야 얼굴들이 편안해진다. 어째서 그 시절에 이런 가짜 뉴스가 퍼지게 된 걸까? 지금은 그런 걸 가르치는 일은 없겠지, 설마.

우 씨, 가짜 뉴스 진짜 싫다.


이 짧은 맥주타임이 끝나고 또 다른 마을 투어가 시작되었고 4시쯤에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쿠켄 타임이 왔다. 쿠켄은 독일어로 케이크이다. 이 문화가 독일인들의 보편적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피터와 일세는 3-4시쯤에 반드시 쿠켄 타임을 가진다. 아침을 느지막이 10-11시에 먹고 점심을 또 먹을 수 없으니 출출한 서너 시쯤 케이크와 커피타임을 갖는다. 그리고 저녁은 7-8시쯤. 나는 이 스케줄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케이크는 너무나도 맛있다. 이 시간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이날 씨기와 르나테가 데려간 케이크 하우스는 정말 최고의 디저트 카페였다. 다양한 케이크가 통째로 진열되어있는데 어느 하나를 도저히 선택할 수 없을 만큼 모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런 내 옆에 언제 왔는지 또 피아가 와서 설명을 해준다. 일세도 함께 거든다. 결국 피아가 권해준 케이크를 선택했는데 흠~~ 정말 맛있다. 결국 맛이 궁금한 다른 케이크들도 더 시켜서 함께 나누어 먹어보았다. 이들은 술이 들어간 케이크도 많이 만들었다. 나는 술맛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 알코올 프리로만 먹었다.


마지막 타운을 둘러보고는 와인 한잔을 하러 비어 가든에 들어갔다. 이 시간을 마지막으로 피터와 일세, 피아와 마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2시간 이상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는 일요일 저녁이다. 아쉬워하면서 마지막 담소를 나누었다. 모임을 파할 무렵 피아가 아까부터 들고 있던 와인색의 둘둘 말린 도화지를 푼다. 풀어보니 두장의 오색 찬연한 멕시코 그림이 나온다. 울리를 기념하는 우리를 주려고 울리의 유품에서 두장을 골라 왔다고 한다. 순간 감동이 훅하고 들어온다.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참 배려심 깊고 따뜻한 사람이구나. 이 사람의 세심함의 끝은 어디일까? 식사비, 간식, 맥주 와인 등 돈을 내야 할 때마다 스티븐과 다투며 자기가 내겠다고 하는 것도 신기했다. 우리가 내던가 각자 페이로 할 줄 알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금전을 아끼지 않는 그가 다시 한번 대단해 보였다.


울리의 유품중 하나. 우리에게 주려고 가져온 두점의 그림 중 하나.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했다. 좋은 인연을 만들고 다시 소통을 시작하며 관계를 다져갈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감동받고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게 참 좋다. 뱃속까지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내년쯤 크리스마 마켓 때 다시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고 그때 또다시 피터와 일세의 집을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건 그들의 따뜻함이 벌써 그리워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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