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덕질기행, 소비기록
일본을 다녀왔다. 정말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덕질의 수위가 높아지니 애들 보러 별 짓을 다하게 된다.
티켓도 없는 주제에 일단 비행기랑 호텔부터 예약하고 신나게 면세 쇼핑을 즐겼다. 와중에 계속되는 미당첨 러시. 그러나 5만석중에 내 자리 하나가 없겠나 하며 그야말로 넋을 놓고 있었다. 일주일 전까지 티켓을 못 구해서 진짜 여행만 하다 오나 싶었는데 극적으로 티켓을 구했다. 양도자랑 라인 아이디를 주고받고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관광의 목적이 없어서 쇼핑계획만 있다. 엔화가 많이 떨어져서 환전하는 재미가 있더라. 가서 뭐 살지 계획 세우는데 세상에 돈 쓸 계획만큼 즐거운 게 없더라.
출발하는 날 오사카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비행기는 무사히 내림. 그치만 내려서부터 고행시작. 안그래도 더운데 너무너무 습해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 난바역 내려서 백화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지옥같더라. 그래서 명품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땀투성이 몰골로 입성. 미리 봐둔제품이 있어서 사진 보여주고 면세 금액 확인하고 제품 확인 후 수령. 요즘 국내 명품 매장들은 셀러들이 되려 갑질하던데 여기서는 꼴랑 지갑 하나 산 나를 입구까지 배웅해주더라. 돈 쓴 기쁨을 느낌.
원래는 여기서 쇼핑을 끝내려고 했는데… 이 친구를 보고야 말았네.
살까말까 5년은 망설였는데 직접 신어보니 너무 맘에 들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환율도 낮고 외국인 할인도 하고 면세도 받고 직원도 너무 친절하고 국내서는 사이즈도 찾기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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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뻐서 샀어요.
그리고는 바로 옆 쇼핑몰로 이동해서 홍차랑 손수건 구입. 좀 더 체력이 있었으면 우메다 마리아쥬를 가려고 했는데 이미 바닥 상태라 면세 창구에서 기절할뻔한 나는 루피시아로 만족. 마음에 드는 머그가 없어서 이빠진 머그를 계속 쓰고 있었는데 프랑프랑에 맘에 드는 게 있어서 하나 샀다.
그리고 던전같은 난바역을 100바퀴쯤 돌아 알고보니 10분 거리 호텔을 30분 넘게 걸려 도착. 1차 짐정리 해두고 드럭 가서 1년치 선블럭이랑 에이오셉 쟁이고 17시간만에 저녁먹기. 식당 찾을 기운도 없어서 그냥 호텔 밑 밥집 가서 먹었음. 오랜만에 욕조에 몸 좀 담그고 맥주 한 캔 먹고 기절.
둘쨋날. 남들 다 가는 글리코상 보러 가야지. 사람 많아지면 감당 못할까봐 아침도 안 먹고 감.
그리고 칼디가서 커피 쟁이기. 칼디 너무 좋다. 우리집 옆에 매장 있음 좋겠다. 물론 우리나라 들어오면 두 배로 뻥튀기 되겠지.
그리고 대망의 쿄세라돔. 나 일본 지하철서 울 뻔 했잖아 지하철이 뭐 이렇게 복잡해???? 심지어 올 때 한 번에 오는 방법이 있다는 거 알고 주저앉고 싶었다.
돔이 너무 크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을 상황이 안돼서 오롯이 머릿속에 넣어올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애들 코로나 때문에 오프 없어서 매번 공연하고 싶다고 시무룩해 하던게 어제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니. 물만난 고기마냥 신나게 무대 즐기는 거 보고는 내가 다 뿌듯하더라. 얘들아 고생했어. 다음에는 더 큰 데서 만나.
이틀 째도 첫 식사이자 마지막 식사는 라멘. 라멘을 웨이팅을 해서까지 먹을 마음은 없어서 주변 검색해서 평점 괜찮은 데로 갔다. 근데 의외의 맛집이었어.
진짜 뱃속부터 뜨끈하게 데워지는 그 느낌.
아침 7시 라피트라 잠들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알람을 한 시간 단위로 맞춰 놓고 쪽잠자다 눈뜨고를 반복했더니 결국은 탈이 났다. 에어컨+아침 냉수+공복+수면부족의 환상적 조합으로 아침부터 위액 토하기. 이럴 때일수록 무조건 뭘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밥집 조식 먹으러 갔는데 진짜 반이 뭐야 3분의 1도 못 먹었다. 소세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조미료맛+기름맛 공격으로 진심 밥상에 게워낼 뻔. 약을 먹어야 되니까 된장국이랑 두부만 겨우겨우 밀어넣었다.
느리고 느린 일본 출국 심사를 거쳐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 타자마자 기절했다.
대구 오는 시외 버스에서도 내내 기절 모드. 짐도 안 풀고 한 시간만 자야지 하고는 다음날 아침에 눈 떴다. 아- 이제 여행 진짜 힘들다. 그래도 담에 또 갈래. 한 번씩 콧바람 쐬니까 좋은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