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요통, 건조기 구입, 사는 데 필요한 게 너무 많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너무 덥다. 자다가 깨는 게 이제 일상이다. 에어컨 줄여볼까 하는데 날씨가 어림없지!! 하고 기강 잡는 것 같다. 밤마다 땀투성이로 깨서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켠다. 설상가상으로 냉방기에 약한 몸이라 컨디션이 늘 엉망이다. 이불 덮고 에어컨을 트는 사치를 매일같이 부리는 중이다. 일부러 출근 시간을 당겼다. 버스 타러 급하게 종종거리는 게 더 더워서 삼십 분은 일찍 출발한다. 들어가자마자 에어컨 밑에서 땀을 식혀야 겨우 업무를 시작한다. 매일같이 울리는 더위 경보도 이게 진짜 재난이구나 싶다. 이런 날 야외 근무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허리통증 재발. 꼬박 한 달을 도수랑 물리치료를 다녀 살만하길래 다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탈이 난 건지 요즘 일이 늘어서 오래 서 있다 보니 무리가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자다가도 아파서 깰 정도는 아니라 미리 조심 중이긴 한데 걱정이다. 더운데 아프기까지 하니까 기력과 의지가 모두 꺾인 기분이라. 전에 어떤 의사분 인터뷰에서 통증을 다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란 말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은 통증이 사라지면 다시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버린단다, 아팠던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네 그게 바로 저예요. 내 인생의 목표가 죽기 전까지 내 다리로 서고 걷는 건데 말이죠. 진짜 말로만 말고 관리하며 살아야 함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건조기를 샀다. 빨래 냄새나 먼지보다도 빨래 너는 게 너무 지쳐서.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세탁기 돌려놓고 딴 일 하고, 빨래 끝나면 건조기 돌려놓고 또 딴 일 하고 여유 시간이 엄청나다. 옷은 좋은 거 사서 10년 입자 주의라 상할까 봐 못 돌리지만 수건, 행주, 양말, 속옷 같은 거만 돌려도 빨래 너는 시간이 확 준다. 실제로 저런 짜잘한 것들이 널 때 훨씬 번거롭기도 하다. 확실히 요즘엔 1인 가구를 위한 상품들이 많이 나와서 좋다. 중소, 중견 기업들이 그 시장을 잘 파고들어 성장하는 것도 좋은 현상인 것 같고. 이제는 식세기만 하나 있으면 딱일 것 같은데. 설거지하는 시간 너무 아까워.
건조기를 사면서 고용량 멀티탭을 새로 구입했다. 위치 잡아서 설치해 놓고 돌아보니 베란다에만 가전제품이 세 가지다. 세탁기, 건조기, 제습기. 주방이랑 거실은 더 하지. 에어컨, 냉장고, 미니오븐,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전기포트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게 필요하다니. 그래서 뭔가 하나 살 때마다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 엄청 고민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에프랑 캡슐 머신은 몇 년째 보류 중. 에프는 미니 오븐으로 캡슐 머신은 모카 포트로 대신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안 살 듯. 전기 포트도 일반 주전자로 바꿔보려 했는데 까먹고 집 태워 먹을 뻔해서 안될 것 같다. 있는 것 중 정리하려고 하는 건 전기밥솥. 즉석밥 애용 중이라 밥솥에 살 안쳐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마음은 미니멀리스트인데 현실은 맥시멀리스트라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