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중고거래

#중고 자전거

by 양봄이

자전거와의 기억은 영웅호걸로 시작된다. 내가 어릴때는 동네에 세발 자전거가 하나 있어서 온 마을 어린이가 자전거를 공용으로 탔다. 초등학교 2학년쯤 내 주변 친구들이 모두 자전거를 하나씩 사면서 나도 처음으로 자전거가 가지고싶어졌다. 부모님께 졸라서 부모님이 새 자전거를 사주셨는데, 자전거에는 아주 크게 영웅호걸이라고 쓰여있었다. 그 자전거는 내가 일주일만에 잃어버렸다. 대한민국에서는 자전거를 묶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부모님께 혼나기도했고, 멋진 새 자전거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실망해서 풀죽어 있으니 부모님이 두번째 자전거를 사주셨다. 두번째 자전거는 아주 허름한 중고자전거였는데, 아빠가 자전거 프레임을 하늘색 락카로 칠해주셨다. 물론 그 락카는 자전거 바퀴에도 손잡이에도 조금씩 튀어서 완성도도 떨어지고 영웅호걸에 비해서는 낡아서 실망스러웠지만, 영웅호걸을 잃어버린이상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는 하늘색 자전거와 함께 보조바퀴도 떼고 두발자전거 타는 방법을 익혔다. 초등학생때 하늘색 자전거를 타다가 두번의 교통사고를 당할뻔했고, 그 이후에는 자전거는 조심히 타야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이제는 하늘색 자전거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전염병이 돌아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나는 운동삼아 자전거를 사보기로 했다. 영웅호걸과 하늘색 자전거를 경험해본 결과 자전거는 중고가 맞다. 무엇이든지 내가 사서 사용하기시작하면 중고가 되는것이고 자전거는 밖에서 타고 밖에다 세워둬야하기 때문에 더욱 빨리 중고가 된다. 나는 영웅호걸과 하늘색 자전거중에 하늘색 락카칠 자전거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걸 공감할 나이가 됐다. 중고 어플에서 자전거를 검색해서 4만5천원에 예쁜 노란색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는 낡았지만, 프레임이 예뻐서 락카로 칠할 일은 없었다. 안장이 지나치게 뾰족하긴 했다. 안장은 바꾸면 된다. 체인은 뻣뻣하고 녹이 슬었지만, 체인은 원래 비를 자주 맞으면 금방 녹이 슨다. 하늘색 자전거도 그랬으니까. 체인은 기름칠을 한번 하면 된다. 브레이크 손잡이가 불편했지만,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수리비를 고려해도 4만 5천원은 아주 저렴한 자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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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산 이후에는 나에게 첫 자차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좋았다. 낡은 노란색 자전거를 물티슈로 닦고 인터넷으로 자전거 용품을 검색했다. 자전거 용품을 검색하다니! 내가 자전거 용품을 사다니! 너무 새롭다.


첫번째로 자전거 안장을 갈았다. 나같은 초보들은 푹신하고 넓은 자전거 안장을 사용한다. 푹신한 안장을 구매해서 자전거에 교체했다. 육각렌치를 이용해서 직접 설치했다. 예쁜 자전거에 어울리지는 않는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생긴 안장이었다.


두번째로 문제의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했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멀리에서부터 끼이ㅣㅣㅣㅣㅣ익 하는 소리가 났는데 확실히 문제가 있어보였다. 혼자 해보려다 실패해서 자전거포에 맡겼다. 12,000원을 냈다.


세번째로 자전거에 따릉 벨과, 전조등, 후미등을 달았다.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 위험에 처해보면 이런것들이 많이 생각난다. 내 자전거는 출퇴근용이었으므로 밤에 자전거를 타야해서 모두 중요했다. 다이소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구매하는데 성공했다. 십자드라이버를 이용해서 모두 직접 설치할 수 있었다.


네번째로는 체인 세정제를 이용해서 녹슨 체인을 닦았다. 칫솔을 묶어서 닦으면 된다는 지인의 조언을 받아서 체인을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었다. 새것처럼은 아니지만 꽤 그럴싸했고 칫솔에 노란색 녹이 배어나올때마다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앞에 바구니를 달고, 뒤에는 배달용 가방을 달았다. 배달용가방은 겉이 방수재질이라서 비가 오는 날에 짐을 실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자전거는 내가 처음에 마음에 들어했던 노란색 프레임만 그대로였고 모든게 바뀌어서 완전히 기능적인 모양을 갖췄다. 더이상 예쁘진 않았으나 모든 부분에 내 손길이 들어가서 그런지 썩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나는 자전거를 조금씩 완성하며 출퇴근을 했다. 어떤 날은 안장만 바꾼 채로 어떤 날은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한 채로. 어떤 날에는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달렸다.


그리고 한달쯤 지나자 놀랍도록 모든게 시들해졌다. 자전거는 멀쩡했다. 잘 달렸고, 브레이크도 부드러웠으며, 수납력도 좋았다. 문제가 없다는게 문제였다. 고칠게 없는 자전거는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소유하는 것 보다 어딘가 어설픈 물건을 고치는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자전거를 길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처음 노란색 자전거를 만나게 되었던 중고 어플을 켰다.


'자전거 팝니다. (상태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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